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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활자의 시간여행 2부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NA / 직지가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해답을 찾으려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일곱가지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각각의 문들은 마치 하나의 연꽃과도 같죠. NA / 묘덕과 동료 제자들은 스승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하며 책을 펴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있었죠. 스승이 멀리 중국까지 찾아간 끝에 귀한 가르침을 얻어 쓴 책이니 반드시 후세에 남겨야 했습니다 직지는 페이지마다 위대한 서사시를 품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불교가 들어온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보려 합니다. ---------------------------------------------------------------- 서브 타이틀 : 직지의 가르침 ---------------------------------------------------------------- NA / 부처는 기원전 500년에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은 중국까지 퍼져 나갔고 서기 1세기 황실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불교는 히말라야 산맥을 우회에서 비로소 중국에 도착했고 6세기경이 되자 ‘찬’이라는 종파로 발전합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현지 언어에 맞춰 변화했고 한국에서는 ‘선’이라고 불렸으며 일본으로 간 ‘선’은 ‘젠’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INT / 한국학 연구원 콜레즈 드 프랑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지는 천 년이 넘었다고 해요 한국인들은 중국어로 쓰인 인도 경전을 번역해야 했는데 중국이 천 년에 걸쳐 체계화한 내용이다 보니 양도 많았지만 변형도 컸죠 NA / 수천 KM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말씀은 변하게 되었고 중국인은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 말씀을 해석 했습니다 # INT / 한국학 연구원 콜레즈 드 프랑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중국인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민족이라서 현생이 중요했어요 더군다나 내세라는 개념은 적어도 유교 사상에는 존재하지 않았죠 공자의 말을 보면 ‘현실의 삶도 모르는데 내세를 논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따라서 중국인의 관심사는 지금 이 세상이었어요 부처는 자그마치 4억 회를 환생하거나 윤회한 끝에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인도인들에게 환생이나 윤회는 아주 자연스러운 개념이에요 대화해 보면 느낄 수 있죠. 인도인에게는 현생을 포함해 수많은 생이 있어요 하지만 중국인에게는 오직 현생뿐이죠 따라서 지금 누리는 생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러다가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질문이 생기죠 ‘깨달음을 더 빨리 얻을 길은 없을까?’ ‘더 확실하게 얻을 방법은 없을까?’ NA / 수 세기 동안 중국 승려들은 인도에 가서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다가 ‘찬’이라는 종파를 세웁니다 마음속에 있는 불성을 참선을 통해 되찾자는 교리죠 INT / 청강스님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가장 큰 핵심은 ‘직지인심 견성선불’ 그러니까 바로 마음을 봐서 견성하고 부처를 이룬다는 의미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상이 불성사상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바로 내 마음이 곧 부처다 내지는 나에게 부처의 성품과 똑같은 성품이 나에게 있다 그것이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중국서는 어떤 단계와 차질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견성성불로 들어갈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NA / 중국인들은 본래 수없이 많은 윤회를 거듭하기보다는 인간이 불성을 타고났다고 믿었습니다 유대교에도 동일한 믿음이 나타납니다 야훼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신성이 깃들었다고 합니다 INT / 한국학 연구원_콜레즈 드 프랑스_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모든 문명과 종교에는 잃어버린 낙원이 등장해요 낙원을 되찾아서 돌아가야 한다고 하죠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본래 부처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지함 탓에 불성에서 멀어졌기에 불성을 회복해야 하죠 잃어버린 불성을 되찾는 순간 인간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 INT / 청강스님 나에게도 불성이라는 것이 부처님의 성품이 있다 내가 곧 부처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INT / 행범스님 깨닫게끔 하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고 선이라는 건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꾸만 생각하면서 그걸 아니까 네가 마음을 순수하게 가져라 그럼 네 본성에 있는 네 마음속에 있는 부처의 불성을 찾게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선이라는 것은 결국 불성을 찾기 위한 그런 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INT / 혜원스님 그 자체 근원적으로 누구나 다 불성을 가지고 자기가 구속되어있는 어떤 불성이 오염되지 않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면서 부처의 성품을 보여줬는데 NA / 어떻게 해야 마음속 불성을 찾고 깨달음에 이를까요? INT / 혜원스님 현실을 긍정하는 중국사람들에 의해서 이 선불교는 독창적인 수행방법으로 만들어지게 된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좌선한다 참선한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NA / 직지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선문답은 마음을 바로 보고 불성을 깨닫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화두를 주고받는다고 하죠 백운화상은 가장 핵심적인 화두를 모아 직지에 담았습니다 INT / 혜원스님 해답을 찾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거고 선문답은 눈 밝은 스승이 눈 밝은 제자를 알아보고 진리를 전해주는 독특한 수행 방법이 전해져 왔는데 NA / 스승은 수수께끼 같은 화두를 던져 제자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끊임없는 화두 참선은 깨달음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간화선이라는 수행법은 조용히 화두를 살핀다는 뜻입니다 직지는 화두를 참선하는 교재입니다 백운화상은 어디서 이런 가르침을 얻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중국이 수백 년간 쌓은 지혜를 책으로 펴냈을까요? INT /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총촬책임관_로랑 헤리쉐 백운화상이라는 스님을 말씀하셨는데요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이름이라고도 하셨고요 이 분은 어떤 인물이고 무슨 저서를 남겼나요? INT / 소르본 대학 교수_야닉 브뤼느통 백운이라는 명칭은 법호이고 법명은 경한이에요 백운화상의 삶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어서 전기에서 단서를 얻는데요 예를 들어 1350년대 초 중국으로 갔다고 해요 한국 선불교 창시자가 모시던 스승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고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 NA / 백운화상은 스승을 찾아 간화선의 발원지로 떠났습니다 자신도 스승이 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인가를 받아 제자를 양성하고 진리를 전수하려 했습니다 백운화상 이전에는 구법 여행을 떠난 승려가 단 두 명 뿐이었습니다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그러니까 잘 아시는 것처럼 고려말에 간화선이 유행하게 될 때 현재 한국에서는 고려말에 관화선의 대표적인 세 명의 승려라고 하면 태고보우, 나옹혜근, 백운화상 세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나이로 보면 세 분이 비슷합니다만 이 간화선을 한 시기는 태고보우가 가장 빨리했고 그 다음이 나옹혜근 두 분은 이미 공민왕이 왕이 되었을 때에 간화선의 선사로서 명성도 날렸고 실제로 불교계를 주도했습니다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태고보우나 나옹혜근보다는 적어도 간화선에 있어서는 후배였던 것 같고 실제로 이 분이 남긴 글에도 보면 태고보우나 나옹혜근을 상당히 선배로 존경하는 그런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백운화상이 중국에 가서 누구한테 공부를 했는가 하면 태고보우의 스승이었던 석옥청공 스님한테 가서 배우고 왔어요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그래서 석옥청공스님한테 간 것도 역시 태고보우스님을 의식한 게 아닌가 그런데 태고보우의 경우에는 석옥청공에게 배웠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석옥청공이 나중에 돌아가셨을 때 도 자기의 마지막 유언 같은 그 사세송이지요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그런 가르침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백운화상에게 직접 보내고 NA / 백운화상은 스승 석옥청공 선사를 깊이 존경하였고 존경심은 곧 친목으로 발전되었습니다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백운화상이 스스로 석옥청공의 직계제자라고 하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NA / 고승 석옥청공에게 인가를 받자 많은 사람이 백운화상을 모시고 싶어 했습니다 백운화상의 직계 제자라는 것만으로 스승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 꽃잎을 열어 직지의 운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직지는 현존하는 활자본 중에 가장 오래된 책입니다 ---------------------------------------------------------------- 서브타이틀 : 활자, 직지가 되다 ---------------------------------------------------------------- NA / 직지가 남은 활자본 중 가장 오래되었다면 세계에서 유일할까요? INT /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총괄책임관_로랑 헤리쉐 사람들은 직지가 세계 최초로 인쇄한 책이라고 성급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금속활자를 사용해서 찍은 인쇄물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해야죠 다른 인쇄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진 않는다는 거예요 INT / 소르본느 대학 교수_야닉 브뤼느통 이미 13세기 초에 활자 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에 비록 이론상이지만 직지 외에 다른 인쇄본을 발견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요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를 발굴했는데 바로 금속활자예요 제작 시기를 12세기 말 고려 시대로 추정하죠 따라서 이런 추론을 해 볼 수 있어요 직지 이전에도 꽤 오랫동안 인쇄술이 존재했다고요 NA / 금속활자 인쇄술이 직지 수준으로 발전할 때까지 약 200년이 걸렸습니다 장인, 대장장이는 몇 시간을 활자와 씨름 했습니다 혼합하고, 시험하고 두드리고, 새겨야 마침내 금속활자를 주조할 수 있었죠 이 사람은 임인호 장인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입니다 그는 다재다능합니다 조각가이면서 주조와 인쇄 전문가죠 다년간 노력한 끝에 중세 시대 활자 주조 방식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임인호 장인은 모래 거푸집과 밀랍으로 만드는 두가지 기법을 탐구하였습니다. 둘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해도 먼저 글자 원본을 새겨야 합니다 INT / 국가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_임인호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고요 어쨌든 이 판을 짜서 인쇄를 해서 이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거죠 어쨌든 쓴 분의 글도 중요하지만 이 기능공들이 장인들이 이것을 만들어서 대량 인쇄를 해서 정보와 지식을 전달을 했기 때문에 현대에 우리가 세계적으로 이런 문화 수준을 올리지 않았나 보여지고요 그리고 저희들은 이 금속을 만들어서 금속이 만들어 진다는 보장성은 없지만 어쨌든 금속을, 힘든 금속을 만들어서 활자를 만들어서, 식자를 만들어서 이걸 한 장을 찍어낼 때에 그 묘미가 제가 금속활자장으로 이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가 생각합니다 NA / 글자를 모두 새기면 수백 년 동안 쌓은 기술을 발휘할 차례입니다 그는 어미자에 글자를 조심스럽게 붙입니다 이후 부서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밀랍 가지를 황토 진흙으로 감쌉니다 진흙 안쪽에는 글자 모양대로 거푸집이 생깁니다 밀랍이 녹은 자리에 쇳물을 부으면 완성이죠 INT / 국가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_임인호 이 재료가 저희 조상 뿐만 아니라 이 지구가 발전하는데 많은 분들의 이런 부분들이 멀리서 갔다가 이걸 연구해서 만들어지고 이런 문화는 제가 보기에는 아니라고 보여져요 내 주변이 있는 이런 재료들로 발전을 했지 왜냐면 배합 비율을 잘못 맞추면 마르는 과정에서 갈라질 수도 있고 또 쇳물을 부어서 1200도의 쇠를 녹여서 부어서 갈라질 수도 있고 NA / 수 세기 동안 한국과 중국에서 인쇄술을 개발했다면 구텐베르크 이야기는 대체 무엇일까요? 구텐베르크는 1450년경에 성서 초판을 인쇄했고 서양인들은 열광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구텐베르크 성서를 세계 최초의 인쇄물로 여겼죠 INT /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_이승철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만들었던 시기가 1450년대 초니까 이미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가 약 78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시간적으로 볼 수 있는데 INT / 소설가_김진명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이제 그 전까지는 아까도 얘기했듯이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던 것으로 이 모든 세계의 역사가 다 규정이 되어 있었죠 모든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다 배우면서 컸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도 공인 했고 직지를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로 공인하게 된 거죠 근데 이제 그... 그래서 이제 우리 한국인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발명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발명 이라는 건 문자 그대로 세계 최초라는 것인데 NA / 15세기에는 이미 동서양이 무역로를 통해 교류하고 있었습니다 구텐베르크는 시중에서 입소문으로 정보를 얻었을까요? 유럽에서 그런 정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INT / 기메 박물관 전 관장_프랑시스 마꾸앙 오늘날까지는 어떤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동양의 활판 인쇄술은 서양 활판 인쇄술과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죠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했고 활자를 주조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요 따라서 이런 추론이 가장 합리적이에요 서양의 활판 인쇄술은 15세기에 스스로 발명해서 독창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킨 기술이라고요 결국 동양의 활판 인쇄술에 전혀 영향 받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NA / 구텐베르크가 중국을 다녀온 상인이나 선교사에게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도 성서 초판을 인쇄하기까지 12년이 걸렸습니다 당시 구텐베르크는 기계를 발명해 냈는데 바로 인쇄기였습니다 INT /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_장원연 유럽에서는 활자인쇄기술이 엄청난 역할을 한 거죠 우리가 4대 혁명 발명품이라고 할 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인쇄기술을 얘기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 큰 혁명 같은 변혁을 일으킨 것은 유럽에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많이 말하고 있는 종교개혁 같은 것 이런 것들 그리고 기술이 축적되고 정보가 축적되면서 산업혁명이라던지 시민혁명 이런 것도 다 같이 활자 인쇄 기술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런 것들이 계속 발전해서 우리가 단순히 한국에서 먼저 발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것들을 다 우리 것인 것처럼 하는 것은 잘 못된 것 같기도 해요 금속 활자 인쇄 기술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먼저 했느냐 그리고 누가 얼마나 발전시켰느냐 이런 것들 보다는 독일과 한국의 어떤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거잖아요 NA / 15세기 초반 무렵 아시아와 유럽은 인쇄술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INT /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_장원연 먼저 고텐베르크 인쇄술을 말씀드리면 구텐베르크라는 사람은 어쨌든 처음 활자를 만들 때는 벤처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접근을 하게 되거든요 그 분이 문화적인 마인드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활자를 만들어서 책을 찍고 이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해서 뭐 어떤 역할을 기여하겠다 이런 정도로 접근을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다보니까 유럽에서는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을 하게 되는 거죠 NA / 구텐베르크는 활판 인쇄술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공들여야 했죠 임인호 활자 장인도 무려 10년을 바쳐 조상이 쓰던 금속활자를 재연할 수 있었습니다 밀랍을 이용하기도 했고 더 까다롭게는 모래 거푸집을 쓰기도 했죠 모래 거푸집을 쓸 때는 배나무에 글자를 새깁니다 모래 주조 기법에서는 목재가 밀랍을 대신합니다 수분과 유분 점토질이 풍부하고 입자가 고운 황토진흙모래를 사용합니다 청주 고인쇄 박물관을 가면 임인호 장인이 복원한 직지 수록 글자 수천 자를 활자로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여전히 의문입니다 모래와 밀랍 중 정확히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직지를 찍은 활자를 주조 했을까요?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INT / 소르본느 대학 교수_야닉 브뤼느통 선생님께서 파리에서 훈독사본 실물을 검토하시면서 혹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금속활자 주조법 해석에 대한 힌트를 받으셨는지 INT / 경북대학고 문헌정보학과 교수_남권희 사실은 직지의 인쇄에 대해서 주조 방법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시다시피 한국에도 밀랍 주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그 다음에 주물사 주조도 논란이 되고 있는 입장이죠 INT / 청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_김성수 이런식으로 글자면을 확대하면은 이렇게 글자면을 확대한 것을 보면은 그래픽으로 전환을 하면 요철이 생기거든요 요철이 생기게 되면 이렇게 올록볼록한 부분이 바로 모래 알갱이 흔적이 나타나면은 이 책의 인쇄가 주물사 주조법으로 인쇄됐다 하는 것을 규명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게 없다 그러면 밀랍 주조법일 가능성이 많고 또 하나는 한국에서 밀랍하고 주물사 말고 도토주조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자기의 도토주조법 그 도토주조법으로도 할 수가 있는데 세 가지 인쇄법 개연성이 직지는 다 열려 있어요 NA / 직지에 쓴 기법이 둘 중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사찰의 금구와 범종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밀랍 주조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죠 한국에는 금구와 범종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밀랍 주조법이 엄청나게 발달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의 범종은 눈부시게 화려합니다 모두 용 모양 장식이 있는데 발가락에 여의주를 움켜쥔 모습입니다 바로 이런 범종과 금구 한 개가 직지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직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인쇄한 장소를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직지 마지막 장에 단서가 있습니다 직지를 인쇄한 장소는 절입니다 INT /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총괄책임관_로랑 헤리쉐 그러니까 여기 이 마지막 장은... 해석을 좀 도와주시겠어요? INT / 소르본느 교수_야닉 브뤼느통 제일 먼저 ‘선광’은 당시에 쓰던 연호이고 ‘칠 년’은 선광에서 일곱 번째 해니까 육십갑자로 표기하면 ‘정사’년이죠 그 다음은 만든 장소 또는 인쇄한 장소인데요 ‘청주목’은 청주 지역을 의미해요 해석하자면 ‘청주 교외의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하고 펴냈다’는 뜻이고 날짜는 ‘7월의 어느 날’이에요 연도는 ‘선광 7년 정사년’ 즉, 서기 1377년에 해당하죠 NA / 흥덕사라는 이름이 명확히 적혀 있지만 그 누구도 흥덕사가 실재하는지 위치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INT / 기메 박물관 전 관장_프랑시스 마꾸앙 절 이름이 흥덕사라는 것까지는 아는데 그 외에는 오리무중이었어요 흥덕사는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았죠 NA / 흥덕사는 6세기 동안이나 베일에 가려 있었습니다 INT / 기메 박물관 전 관장_프랑시스 마꾸앙 오늘날 청주시의 교외 지역에 큰 규모로 택지 개발이 이뤄졌는데 땅을 파고 고르는 과정에서 숨어 있던 유적이 밖으로 드러났어요 NA / 유물은 1984년 청주대학교 박상일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INT / 청주대학교 교양학부교수_박상일 활자는 직접 찾지는 못했고 그리고 나중에 청동으로 만든 불발이라고 해서 큰 대접 같은 것이 하나가 또 발견이 돼요 그 대접에서도 흥덕사라고 하는 글씨가 또 새겨져 있었습니다 청동 유물에 쓰여진 글자로 봐서 흥덕사가 틀림없다 라고 하는 것은 학계에서 전부 공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NA / 흥덕사라고 새겨진 대접과 청동 조각들이 나왔고 금구도 하나 발견됐는데 측면에도 흥덕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인쇄 기술을 보유했던 흥덕사는 꽤 중요한 절이었지만 기억과 지도에서 사라진 상태였죠 INT / 청주대학교 교양학부교수_박상일 절이 어떻게 해서 없어졌는지는 발굴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굴을 하게 되면 많은 유물이 나오고 토층을 보게 되는데 토층에서 그 불탄, 화재를 당해서 불탄 처마 끝에 기와가 쭉 나란히 있고 두껍게 서까래가 떨어지고 말이죠 불탄 흔적이 정확하게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이 이 절은 화재로 인해서 절이 없어졌다 하는 것이 확실하구요 그리고 그 시첨은 직지가 인쇄된 것이 1377년인데 바로 그 다음해입니다 1378년에 왜구가 청주 시내에 들어와서 그 일대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었는데 이 때 흥덕사도 화재를 당해서 다시 세워지지 못하고 600년동안 땅 속에 있다가 제 손에 의해서 발견이 된 거죠 NA / 박상일 교수가 우연히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직지가 탄생한 장소는 역사에 묻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INT / 기메 박물관 전 관장_프랑시스 마꾸앙 직지를 인쇄한 장소를 확실하게 밝혀냈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고 더는 직지의 진위를 왈가왈부하지 못해요 NA / 흥덕사는 비구니 묘덕과 백운화상의 제자들이 직지를 인쇄한 곳이죠 사실 묘덕과 제자들은 원대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 서브타이틀 : 잊혀진 보물 ---------------------------------------------------------------- NA /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귀하고 유서 깊은 목판 인쇄술을 만나 보죠 중세 한국에서는 책을 낼 때 금속활자로 초판을 찍었고 추가로 고급 판을 낼 때는 목판을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직지 목판본도 존재할까요? 목판본이 있다면 보관할 만한 장소는 장서각 뿐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특별한 황실 유물을 발굴했습니다 고서 수십만 권 사이 직지 완본이 잠자고 있던 겁니다 게다가 사라진 상권을 수록하고 있었습니다 보존상태가 좋았던 이 유물은 목판으로 인쇄한 책이었습니다 야닉 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교수_ 옥영정 야닉 교수 / 지금 가져오신 것이 1378년 목판본 직지인가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_ 옥영정 / 네 이 책입니다 야닉 교수 / 교수님께서 그 동안 목판본 직지에 관해서 많은 연구를 하셨는데 어떤 연구 결과를 얻으셨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_ 옥영정 / 우리가 1377년 직지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라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아주 비슷한 시기인 그 다음 해인 1378년에 목판본으로 간행한 직지도 남아 있습니다 직지 활자본이 간행되고 그걸 바탕으로 목판본이 간행 됐을 것이다 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목판본 직지는 여주에서 독자적으로 목판본으로 이미 활자본이 간행되기 전부터 간행이 되었던 것입니다 시작되어서 완성이 1378년에 된 것이지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INT / 야닉 교수 그렇다면 두 가지 인쇄술로 이루어진 간행은 별도로 동시에 시작된 것인가요? INT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교수_ 옥영정 예 거의 비슷한 시점에 같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목판본 직지가 시작점으로 본다면 오히려 더 이른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INT / 야닉 교수 주로 직지 같은 분량의 책은 목판본으로 준비하려면 작업 기간이 얼마나 소요됩니까? INT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교수_ 옥영정 기본적으로 뭐 몇 수개월에서 일 년 가까이도 걸릴 수도 있고요 편찬이 완료된 시점에서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되겠죠 NA / 이런 추론이 가능합니다 목판 인쇄를 시작했지만 진도가 느렸고 백운화상이 세상을 뜨자 제자들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금속활자 인쇄에 시주를 한 겁니다 INT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교수_ 옥영정 오련이라고 해서 주로 시주와 함께 이 책판을 만들 때 같이 도움을 준 사람들 이 사람들이 법상자명해전 이렇게 하고 마지막에 일종의 시주를 한 사람들인데요 여기 이제 비구니 묘덕이 나옵니다 이 묘덕은 잘 아시다시피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같은 인물입니다 INT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교수_ 옥영정 시주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 비석은 현재 신륵사에 가면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 묘덕이라는 인물은 여주지역에 있던 비구니로서 거기서 살았던 분이 아닐까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NA . 사실 한국에 있는 직지 목판본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있는 직지보다 월등히 귀중한 보물입니다 목판본은 상권을 포함해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백운화상이 덧붙인 발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백운화상이 중국으로 떠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 서브타이틀 : 무심무념 ---------------------------------------------------------------- NA / 백운화상은 간화선 수행법을 들여왔습니다 좀 더 다른 수행의 길을 터 주지는 않았을까요? INT / 청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_김성수 백운스님이 무심을 공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여기보면 1351년에 중국 원나라로 구법여행을 가잖아요 가서 천오함에서 석옥청공을 만나잖아요 이 때 만났을 때는 깃발의 문제 깃발이 나부끼느냐 마음이 나부끼느냐 그 문제하고 NA / 깨달음에 이르게 하려고 석옥청공은 제자에게 혼란을 줍니다 어려운 화두를 던져 길을 잃게 하죠 INT / 청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_김성수 그 다음에 금강경 사구게에서 말하는 범소유상 개시허망 하는 것 모든 인간이나 모든 사항은 허망한 거다 인간은 언젠가 죽으면 지수와 풍으로 돌아간다는 말이잖아요 이렇게 해서 모든 상이 상이 아닌 것을 본다 이게 내 육체가 공인 것을 알면 직견여래라 하는 거죠 NA / ‘무심’ 또는 ‘무심 무념’은 내려놓는 수행법입니다 ‘무’는 부정이자 없음을 의미하고 ‘무심 무념’은 마음 가운데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아주 유명한 화두에서는 무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제자 한 명이 스승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앞서 봤듯이 부처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불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제자의 질문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스승은 단 한 마디로 답변합니다 ‘무’ ‘‘없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답은 ‘있다’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스승은 모순된 답변을 주었지만 관념에서 벗어나 집착을 내려놓을 때 진리를 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INT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사 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승려 한 명이 조주 선사에게 물었어요 강아지에게도 불성이 있냐고요 그러자 스승은 없을 ‘무’라고 답했어요 하지만 정답은 ‘있다’였죠 이 사례를 연구하다 보면 의문이 생겨요 ‘왜 있다고 답하지 않고 없다고 했을까?’ 그러다가 ‘무’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막혀요 도대체 ‘무’가 뭐냐는 거죠 존재하지 않음과 텅 빈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고 절대 진공 상태를 말하기도 해요 NA / 스승은 제자가 분별의 덫을 벗어나길 바랐습니다 불성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입니다 INT /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사 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그 다음엔 절대 진공과 하나가 돼야 해요 먼저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해요 그러고는 단어에 집중해서 그 단어가 말하는 바와 하나가 돼야 하죠 하지만 이를 오해하면 지적 단계를 건너뛸 우려가 있어요 우리에게 있는 지성과 이성을 잘 사용해야 하죠 그런데 너무 깊이 빠져도 안 돼요 이성의 끈을 놓아야 할 때가 오죠 ‘무’와 하나가 되려면) 집착을 버려야 해요 어디에 매달려서도 이해하려 해서도 안 되죠 NA / 불성이 없다는 오답은 제자를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점으로 인도합니다 스승은 모순된 답을 줘서 막다른 골목에 선 제자를 구하려 했습니다 INT /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사 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모든 집착을 내려놓기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언젠가 와요 현실을 붙잡지 말고 그저 지나가게 둬야 합니다 NA / 진퇴양난에 처한 제자에게는 집착을 버리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분별심에서 벗어나는데 그것이 깨달음입니다 INT /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사 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종종 너무 많은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혀서 말 그래도 미친 사람처럼 될 때가 있죠 생각의 흐름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단순히 그냥 바라보는 거예요 생각에 휩쓸려 가지 않고요 강물에 떠내려가는 게 아니라 흐르는 강물을 바라봐야 해요 NA / 백운화상은 상급 수행자를 겨냥해서 직지 상권을 썼고 이미 무심 무념에 정통한 것처럼 보이죠 INT /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_최연식 나중에 깨달음을 얻는 것은 고려로 돌아와서 더 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의 경지를 이제 시로 써서 석옥청공에게 보내니까 석옥청공이 이제 이걸 인정해줬다고 하는 차이는 있는 것 같고요 NA / 백운화상은 고려에 돌아와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INT /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사 베르나르 세네갈 신부 제가 생각하기에 해탈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요 그런 경지를 기독교 언어로 풀어 말하면 신과 연합해서 신적 내주를 경험하는 상태예요 해탈 후에는 환희가 찾아오고 평안에 이릅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죠 INT/ 지불스님 이런 게 이제 화두로 와서 그 때 참 뭐라 해야 하지 멍한 상태가 되면서 몇 시간 동안 생각이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어른 스님한테 물어보니까 그런 게 이제 공부 시작되는 거라고 하면서 흔히 명상을 하고 참선을 하면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하잖아요 요즘 생각이 너무 많고 INT/ 행범스님 생각이 나게 되어있어요 사람은 저절로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을 안 갖게 되면 뭔가 하나가 툭 보여요 이 세상에는 육체를 가진 세상도 있지만 영혼이 다니는 것도 보여요 NA / 오늘날을 사는 승려들은 시공간을 넘나들어 어제의 선사들을 만납니다 마치 꿈에서처럼 시간을 초월하고 백운화상의 정신과 함께 살아 숨 쉽니다 선사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접할 수 없는 대중에게는 직지가 있습니다 직지 역시 긴 세월을 견디고 지금까지 전해져오죠 오늘날 한국인들이 쉽게 직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건 오래전 일어난 혁명 덕분입니다 ---------------------------------------------------------------- 서브 타이틀 : 문자 혁명 ---------------------------------------------------------------- NA / 한국 역사에서 이런 혁명은 두 번 다시 없었습니다 직지를 간행하고 80년이 지난 시점 문자의 혁명은 시작되었습니다 INT/ 기메 박물관 전 관장_프랑시스 마꾸앙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에 속해요 일본어와 다소 유사하지만 계통이 다른 중국어와는 크게 차이가 나죠 처음 한국어를 표기할 때는 중국 한자를 사용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 문화는 한국어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오늘날 기준으로 어림잡아서 한국어 어휘의 반절 이상이 중국 한자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NA / 오직 엘리트 계층만이 한자 수천 자를 외워 읽고 쓸 수 있었죠 읽고 쓸 줄 아는 그 자체가 권력이었습니다 서기 1447년 어질고 현명한 왕이 나타나 글을 모르는 백성을 안타까워한 덕분에 왕국은 새 전기를 맞습니다 INT/ 한국학 연구원_콜레즈 드 프랑스_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마르크 오랑즈 통찰력이 뛰어난 세종대왕은 한자가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맞는 말이죠 지식층이던 양반만 글을 쓸 줄 알았고 한자를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일반 백성이나 여성은 불가능했죠 세종대왕은 한국의 토착어를 표음 문자로 표기할 생각을 했어요 NA / 세종대왕은 혁명을 일으킵니다 새로운 문자를 쓰기로 공표하죠 이 표음 문자로 백성들이 글을 쓰고 문맹에서 벗어납니다 바로 ‘한글’입니다 INT/ 한국학 연구원_콜레즈 드 프랑스_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마르크 오랑즈 26자라서 비교적 배우기 쉬웠어요 그 정도는 외울 만하죠 한글을 보급하려고 많은 시도를 했어요 대중 누구나 한글을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게 목표였죠 대표적인 시도는 소설책이었는데 한글을 손을 써서 만들었어요 그 당시 소설은 값나가는 물건이라서 여럿이 돌려 보곤 했죠 여성도 읽기 좋아했고요 INT / 한국학 연구원_콜레즈 드 프랑스_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마르크 오랑즈 한글을 제창하고 공표하는 과정에서 귀족 계층의 엄청난 저항을 받았어요 귀족은 언어와 문자를 독접했거든요 모든 계층이 쉽게 익힐 수 있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자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죠 INT/ ㈜썸앤파커스 대표_정법안 사대부들은 한글 자체를 백성들이 배우는 것 자체를 아주 싫어했죠 한글은 소리글자거든요 쉽게, 쉽게 듣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라고 해서 천박한 글자인 언문이라고 그랬습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백성들이 배울 수 있다 해서 통시 글이라고도 했습니다 우리 화장실 다른 말로 통시라 그러거든요 옛날에 그리고 여자들이 쉽게 문자를 배울 수 있는 글이라고 해서 암글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INT /한국학 연구원_콜레즈 드 프랑스_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_마르크 오랑즈 한글은 여성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한글을 가르치는 여학교가 생겨났거든요 NA / 읽고 쓸 줄 알게 된 여성은 조선 사회에 변화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죠 INT / 소설가 김진명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만들어 주겠다는 한마디로 하면 약자와의 동행입니다 그것이 우리 인류의 최고가치가 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요 NA / 온 백성에게 희망과 지혜를 선사한 한글은 1447년에 반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1445년에 구텐베르크가 성서 초판을 인쇄하죠 놀랍도록 시기가 비슷합니다 시간 차이가 고작 8년이죠 INT /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_장원연 말씀드렸지만 유럽에서는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상업 분위기 책을 사려는 사람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커졌을 때 거기에 맞게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그런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사례로 인해서 많은 변혁을 가져 오기도 했으니까 과학 혁명을 일으켰고 현대 문명의 기초를 다진 역할을 한 것이 금속활자 인쇄술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속활자 인쇄술이 어떻게 왜 발명이 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것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NA / 유럽에는 인쇄술 대신 문자가 있었고 한국에는 문자 대신 인쇄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지 간행 이후 두 지역 모두 문자 혁명이 일어나서 지식의 급격한 확산이 이뤄졌죠 거스를 수 없는 대변혁이었습 니다 유럽에서는 이 혁명을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세종대왕한글 을 창제했죠 INT / 문화재청 문화유산교육팀장_전기선 직지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유산입니다 직지를 매개로 해서 한국과 프랑스가 문화 교류를 이어간다면 직지는 한국과 프랑스간 우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연구와 전시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세계기록유산 직지가 한 나라의 소유뿐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유산이라고 볼 때 한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직지와 그 가치를 함께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A / 한국과 프랑스는문화유산 분야에서 서로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 영상통화 장면 - 잘 지내셨죠? - 거긴 어떠세요? 저도 잘 지내요 - 다시 봐서 반가워요 NA / 두 나라는 직지로 학술적 교류를 이어갑니다 INT / 프랑스 국립도서관 책임자 영상통화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총괄책임관_로랑 헤리쉐 - 지난번에 파리에 오셨을 때 논의한 내용인데요 이 시점에서 양국이 직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고 물리 화학적 분석도 이야기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인데 종이와 먹 같은 재료를 연구하자고 뜻을 모았죠 국기기록원 학예연구관_이승철 - 네 맞아요 그래서 그건 이미 국내에서 연구가 다 되어있어서 그 결과를 우리가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를 해서 종이와 먹에 대한 연구는 BNF에서 담당을 하기로 했고 활자와 관련된 인쇄 주조 방법은 우리가 같이 연구를 해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그 때 협의를 했어요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총괄책임관_로랑 헤리쉐 - 맞아요. 그랬죠. 2021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는 인쇄술의 탄생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에요 너무나 당연하지만 구텐베르크 성서와 직지를 함께 공개할 거예요 같은 장소에서요 직지는 대단히 중요한 문서이자 마치 연결고리 같은 책이고 활판 인쇄 역사의 간극을 메워 주니까요 교수님은 파리가 고향처럼 편한 분이시니 원하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한국 유산에 워낙 조예가 깊으셔서 모실 수 있다면 저희는 언제나 영광입니다 - 알겠습니다 NA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는 이제 특정된 소유물이 아닌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서로 협력하여 직지 연구에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두 나라가 지혜를 모아야만 직지에 남겨진 시대의 비밀들을 마저 풀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