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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천상의 컬렉션 36회 - 울주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세종대왕 월인천강지곡, 고려 용머리 장식 기와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한상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을 선택하는 시간! 천상의 컬렉션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은 발해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되지 못했다고 한탄하면서, 최초의 발해 역사서인 「발해고」를 썼습니다. 그만큼 역사를 잘 기록하고, 또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기도 할 텐데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서는 한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우리의 무관심과 현실의 장벽 때문에 잘 알지 못했던 보물 세 개를 준비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반 만 년 한반도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보물들. 과연 이번 주는 어떤 보물이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까요. 첫 번째 보물,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1.진중권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진중권 / 안녕하세요. 진중권입니다. 제가 예술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예술이 밥 먹여 주나요?’ 밥과 돈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예술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아세요? 무려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제가 오늘 들고 나온 보물은 태초의 예술, 그 기원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선사 시대 유물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그런데 고고학계에선 이 암각화를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고 부릅니다. 이걸 발견한 날이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거든요. 꽤나 낭만적이죠?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뜻하지 않은 발견이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이 땅엔 지금으로부터 수천수만 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이야기를 바위에 새긴 최초의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뭘 그렸다는 건지.. 하나도 안 보이죠?? 그들이 남긴 수수께끼투성이의 그림, 어떤 그림인지 자세히 보시죠. 이게 뭔지 아시겠어요? 늑대,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와, 모두 다 맞히셨는데요. 그럼 이건 뭘까요? 네, 사람입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엔 동물, 사람을 모두 포함해 등장인물만 약 300명! 웬만한 대하드라마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죠. 그런데 이걸 만 년 전에 그렸다? 아니 원시인의 솜씨다!? 이게 믿어지세요? 이건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인데요. 들소가 아주 리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진기도 없던 시절인데.. 잘 그려도 너무 잘 그렸죠? 그렇다면 이 반구대 암각화는 언제 그렸을까요. 혹시, 뭐가 다른지 눈치 채셨나요? 네, 그림의 방식이 좀 다르죠. 이쪽은 그림 전체를 파낸 면새김. 마이너스 새김으로 볼륨감을 나타냈는데요. 신석기 시대의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림의 윤곽선을 선으로 나타낸 선새김. 청동기 시대의 양식입니다. 자세히 보면, 면새김 위에 선새김 방식이 더해진 것도 있습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에 걸쳐 수천수만 년 동안 그리고, 덧대서, 켜켜이 완성된, 시간의 종합예술! 이것이 바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문자가 없던 선사 시대. 선사인들은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들을 이렇게 바위 위에 한 땀 한 땀 새겼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좀 이상하지 않나요? 구석기 시대가 더 원시 시대인데.. 어째서 그림은 훨씬 더 정교할까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순수하게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벽화는 구석기인이 그린 게 아니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구석기인이 이렇게 잘 그린다고? 거짓말! 이건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왜냐하면 신석기 시대 이후엔 점점 더 못 그리거든요. 특징적인 것만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이건 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아는 대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소를 그린다면, 누가 봐도 소인 것을 알 수 있게, 자신이 아는 소를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으로 그린 거죠. 이게 무슨 말이냐. 구석기 사람들에게 없었던 개념적, 추상적 사유가 발달하기 시작한 겁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구석기인들의 지성이 신석기인보다 좀 낮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가 면에서 선으로 단순해지고, 결국엔 텍스트가 되듯, 그림으로 소통하는 시대에서 문자로 소통하는 역사의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집중해 주세요! 퀴즈 하나 드리겠습니다. 반구대 암각화에 가장 많이 그려져 있는 게 뭘까요? 그럼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시죠! 정말 멋있죠? 가장 많이 그려진 것, 다들 찾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고래. 북방긴수염고래, 참고래, 범고래, 참돌고래. 모양, 크기, 생김새, 이름도 다 다른, 열한 종류의 고래가 예순 마리가 넘게 그려져 있습니다. 고래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죠. 이건 혹등고래인데요. 배에 긴 주름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 고래가 배를 드러내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데.. 어떻게 알았을까요?이건 현재 멸종 위기종인 귀신고랩니다. 모성애가 너무 강한 고래라서 렇게 새끼를 업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냈죠? 그밖에 떼를 지어 헤엄치거나, 해초를 좋아하는 습성까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고래 다큐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선사인들은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 고래 그림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이 고래를 직접 봤을까요? 아니면 그저 상상 속에서 만난 걸까요? 울주 대곡리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고래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농부가 바다에 나갔다가 커다란 고래에게 잡아먹혔는데 고래의 배를 가르고 탈출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 죽은 고래의 크기가 초가삼간 다섯 채를 합한 것처럼 엄청났다고 하죠. 선사인들은 진짜로 고래를 만났던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자주! 여기 고래에 그려진 화살표! 이게 뭔지 아세요?네, 작살입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당시엔 작살로 고래를 사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이 2010년에 발견됐는데요. 바로 고래 화석입니다. 고래 뼈에 꽂혀 있는 이 작살은 바로 사슴 뼈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고래 사냥에 성공한 선사인들은 이렇게 집채만 한 고래를 끌고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그다음엔, 뭘 했을까요? 네, 나눠야죠! 여기 보면, 고래의 몸이 거의 같은 크기로 14등분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공동 분배 방식을 보여주고 있죠. 놀라운 건, 지금의 고래 해체 방법이 이 그림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고래의 모양, 습성부터 사냥, 분배 모습까지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지자, 전 세계의 고고학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류 최초의 고래 사냥 그림의 진짜 주인이 나타났거든요. 한반도에서 이뤄진 고래 사냥은 우리의 역사를 뛰어넘어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위대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2018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일만 년 전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1965년, 사연댐이 완공된 이후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그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대로 방치했다간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은 영영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현재 맨눈으로 그 형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삼백여 점 가운데 단 스무 점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최초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아직 풀지 못한 선사 시대의 수수께끼가 하루라도 빨리, 하나라도 더,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상헌 /드디어 천상의 컬렉션이 역사의 맨 앞장까지 도달! 선사시대의 보물을 소개하는 건 처음인데, 오늘 보물은 우리나라 대표 미학자 진중권 교수님이 소개해서 아주 재미있었어! 교수님은 어땠어? 진중권 / 나는 서양미술 전공,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보물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내가 보기엔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풍속화! 공부하면 할수록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대단한 보물이더라. 홍경민 / 미학자가 반한 보물이라니!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보던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이렇게 보니까 새롭네. 굉장히 감동적이야. 박영진/ 그렇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왜? 라는 생각이 든다. 돌에다가 저렇게까지 섬세하게 새기다니 요즘에도 힘든 일 아냐? 선사인들의 힘이 엄청 셌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대체 왜 이런 개고생을 하며 그림을 그렸을까? 강아랑 / 사냥으로 생활하던 시절이니까, 사냥 많이 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 아닐까? 내가 잡고 싶은 동물들을 다 그린 거지. 산신령님~ 산신령님~ 표범, 너구리, 늑대, 호랑이~ 다 잡게 해주세요~ 홍경민 / 욕심이 너무 많아!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냐? 박영진 / 내가 보기엔 잡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잡은 것 같아. 왜냐면 너무 자세하거든. 함정에 빠진 호랑이, 새끼를 밴 사슴, 짝짓기 하는 멧돼지를 그리기도 했어. 실제로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그릴 수 없는 그림이지~ 홍경민 / 선사 시대에 사냥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잖아. 그러니까 다음 세대를 위한 일종의 선물이지. 동물의 생김새, 습성을 정확히 묘사해서 사냥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진중권 / 여러분의 추측이 다 맞다. 예술의 기원 측면에서 노동기원설, 유희기원설, 노동기원설 등등 정리 및 설명! 안현정 / 한 가지 신기한 건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위치야. 내 키의 두 배 높이에 손도 닿지 않는 높이에 있어. 그래서 울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걸 귀신이 그린 거라고 믿었을 정도라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 그린 것은 신성한 의식이 행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 강아랑 /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사람의 형체가 14명이 나와. 몸동작이 좀 재미있는데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의식을 치르는 것 같고, 또 사냥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교수님, 이들은 샤먼이야? 사냥꾼이야? 진중권 / 샤먼이자 사냥꾼. 선사 시대 주술사, 제사장 다 한 사람이 주관했을 것. 과학과 예술 자연 등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의 상징. 다니엘 / 그런데 저렇게 높은 곳에 그렸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거야? 이기환 /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의 선물이지! 이름을 잘 지은 게 작정하고 그때 딱 나타난 것 같아. 울주 천전리 각석도 197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견,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신년사를 제치고 신문 1면에 대서특필!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크리스마스에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 우연이라기엔 너무 기막히지? 한상헌 / 와~ 크리스마스의 선물 맞네요! 반구대 암각화는 제가 보기엔 시기적이나 가치적으로 모든 보물을 통틀어 1등 같은데 Q4) 몇 백 년도 아닌 몇 천 년의 시간을 견디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 아냐? 진중권 /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돌을 보면 지붕처럼 툭 튀어나온 돌이 있어. 암각화와 이 지붕돌 사이가 약 100도인데 덕분에 비바람이나 눈보라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이 지붕돌이 없었다면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은 다 풍화돼서 사라졌을 지도 몰라. 강아랑 / 일 년에 한두 번 햇빛이 아주 좋은 날 암각화가 영화처럼 보인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데 암각화에 햇빛이 쫙 비치는 걸 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의 유물이 깨어나는 황홀경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대. 홍경민 / 그러고 보니 울주 참 매력 있는 곳이네? 천전리 각석부터 반구대 암각화 그리고 얼마 전엔 공룡 발자국까지 발견된 곳이 바로 울주 아냐? 박영진 / 나도 그 뉴스 봤지. 이게 바로 공룡 발자국!! 어마어마하지? 사람 발 10개가 들어갈 정도.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바위 곳곳에 공룡 발자국이 남아있어. 울주는 공룡들의 아지트였던 것 같아. 이기환 / 울주는 공룡만 좋아한 게 아냐. 양반에게도 사랑받는 장소였어. 반구대는 경치가 좋기로 이름이 나서 옛날부터 양반들이 즐겨 찾았던 곳! 고려 문신 정몽주도 이곳에서 유배를 지내며 시를 남겼어. ‘용은 세모 걱정에 깊은 골로 숨고, 학은 기쁨에 푸른 가을 하늘로 오르네.’ 안현정 / 이건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반구라는 그림인데, 반구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으로 남기기도 했어. 웅장한 절벽과 뱀이 휘감고 돌아가듯 발달한 대곡천 지형이 잘 표현돼 있어. 한상헌 / 와.. 이 땅에 공룡이 있었다니.. 무슨 선사 시대 영화를 보는 기분인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바로 고래잖아. Q6) 여러분, 이 암각화에 그려진 수많은 고래들, 정말 있었을까요? 박영진 / 의심해서 미안한데, 여기 한번 봐봐. 여기 이 배가 사람을 한 10명 태운 배인데 고래 좀 봐봐!! 보여? 배보다 10배는 더 커! 난 이거 그냥 죽은 고래를 끌고 온 건 아닌가.. 강아랑 / 오다 주웠다! 이런 거야? 고구려 시대에도 ‘민중왕 4년, 동해에 사는 고주리라는 사람이 고래를 잡아 임금님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고래를 실제로 보고, 사냥도 했던 거로 봐야 하지 않을까? 작살 꽂힌 고래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박영진 / 그건 작살이 꽂힌 고래를 주운 거지.아니 실제로 고래들이 죽으면 가끔 해안가로 떠내려 오기도 한다니까? 안현정 / 그렇기도 하지만 암각화 속 신석기인들처럼 작살로 고래를 잡는 나라가 있어. 바로 인도네시아!! 지금도 여러 사람이 배를 타고 나가서 작살로 고래를 사냥한대. 홍경민 / 자자! 박영진 씨 이제 의심을 거두시지요. 이 정도면 고래 사냥 한 거 맞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이 명곡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뭘. 박영진 / 예, 그럼 일단 이건 의심을 거두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만 더 물어봅시다. 반구대 암각화 때문에 전 세계 고래 사냥 역사가 바뀌었다던데 이건 무슨 소리죠? 다니엘 / 지금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 최초의 고래 사냥 그림이지만, 그 전까지 그 자리는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 배를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는 모습이 반구대 암각화랑 비슷하지? 진중권 / 반구대 암각화에는 알타 암각화에 없는 고래 습성, 사냥, 분배까지 전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어. 정말 살아 있는 고래 도감. 60마리에 달하는 고래, 그리고 고래를 잡을 때 사용한 작살이나 부구, 낚싯줄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전 세계에서 인류 최초의 고래 사냥 그림으로 인정받았어. 이기환 / 반구대 암각화가 2001년에 세계에 알려졌고, 2004년 영국 BBC에서는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사냥 기원’이라고 대서특필하면서 인류 최초의 포경은 한반도에서 시작됐고, 그 증거로 반구대 암각화를 소개하면서 기존의 학설을 뒤집었어. 한상헌 / 나는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반구대 암각화는 꼭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때? 홍경민 / 나도 나도!! 그런데 아까 교수님이 형체를 볼 수 있는 건 이제 스무 점뿐이라고 했잖아. 어떻게? 다 사라진 거야? 진중권 /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 사연댐이 설치돼서 1년에 절반 이상은 물에 잠겨있다. 침수와 노출을 반복한 지 무려 50년이 넘었다. 말 그대로 잔인한 ‘물고문’에 시달리는 비운의 국보가 되어 버렸어. 안현정 / 반구대 암각화가 1995년 국보로 지정됐는데 2000년 초반까지는 실제로 만져볼 수도 있었다고 해. 하지만 이후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접근 금지!! 박영진 / 아.. 나도 꼭 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도 그럼 볼 수 없는 거야? 홍경민 / 다행히 반구대 암각화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망원경을 설치해 놨더라고. 아쉽지만 그걸 통해서 볼 수밖에 없는데 날 좋은 날 햇빛 잘 드는 시간에 가면 나름 선명하게 볼 수 있대. 운이 안 좋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할 수도! 강아랑 / 그런데 사연댐이 설치된 게 1965년이고,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게 1971년인데 아직까지 보존은커녕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데? 이게 사라지면 전 세계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거잖아? 이기환 / 7,000년 동안 멀쩡했던 암각화가 인간의 손에 의해 단 50년 만에 망가지고 있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지. 무엇보다 훼손된 다음에 보존문제로 시끌하기만 할뿐 아직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건 정말 속상한 일.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할 방법을 하루 빨리 찾길. 다니엘 / 포르투갈 코아 계곡의 암각화가 떠올라. 이것도 똑같이 댐 건설 도중에 발견돼 수몰위기에 처했었는데, 당시 정부가 댐 건설을 중단해서 유적을 보존했어. 반구대 암각화도 보존하려면 이런 결단력이 지금이라도 필요한 듯. 한상헌 / 반구대 암각화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자연을 도화지 삼아, 바위에 새긴 선사인들의 삶과 꿈의 기록,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진중권 교수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2.김보경 <세종대왕 월인천강지곡> 김보경 /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김보경입니다. 여러분, 오늘 제가 이렇게 곱게 차려입은 이유 궁금하시죠? 지금 이 모습은 제가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1446의 소헌왕후 모습입니다. 소헌왕후가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의 왕비입니다. 제가 오늘 소헌왕후가 되어 그동안 잘 몰랐던 인간 세종의 모습. 그리고 비밀리에 탄생한 보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잘 아시다시피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고, 영토도 넓히고, 인재를 고루 등용해서 조선의 전성기를 열었던 왕이죠. 또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신하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던, 열려있는 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세종이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은밀하게 추진했던 비밀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뭐였을까요? 훈민정음? 장영실의 등용? 모두 아닙니다! 세종은 이 비밀 프로젝트에 있어서만큼은 집요하리만치 독단적이었고 또 필사적이었어요. 왕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꼼꼼하게 기록하는 실록에조차 누가 왜 만들었는지 기록 한 줄 없는 베일에 싸인 프로젝트! 제가 오늘 소개할 보물, 세종의 비밀코드가 담긴 월인천강지곡입니다. 월인천강지곡.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의 중생들을 두루 비춘다는 뜻입니다. 무려, 580편이 넘는 대서사시죠. 게다가 훈민정음 창제 직후에 만들어진 조선의 첫 번째, 한글 금속 활자 책입니다. 세종이 만든 한글을 금속활자로 찍어낸 대대적인 사업이었죠. 그런데 여러분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는 나라잖아요.세종이 온 힘을 다해 만든 한글을 처음 찍어내는 건데 그게 부처님 이야기라니...!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심지어 국가 예산도 아니고 세종이 자기 돈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끝끝내 만들어낸 한글로 된 부처님 말씀. 세종이 집착에 가깝게, 이성을 잃다시피 하며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저, 소헌왕후 때문이었습니다. 열네 살에 시집와 십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왕의 셋째 아들인 남편이 왕위를 물려받을 일도 없었고,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 귀한 자식들도 여럿 보았죠.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일이 순식간에 몰아닥쳤습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왕세자로 책봉되고, 3개월 만에 왕좌에 오릅니다. 남편 위에서 상왕으로 권력을 휘두르던 시아버지 태종은 역모를 꾸몄다며 친정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어머니는 관노비가 되었죠.한때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명문가로 손꼽히던 그녀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그 모든 파국의 과정을 남편인 세종 역시 똑똑히 지켜보았지만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왕이 되면서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았고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느꼈을 그녀의 절망감... 그녀는 구중궁궐 가장 깊숙한 곳에서 슬픔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퍼도 슬프지 아니하게 아파도 아프지 아니하게 견딜 수 있다고 가슴을 치며미움을 쓸어냈는데 설음에 찬 그날에 텅 비어 버린 마음 통곡만이 가득 차 밤마다 가슴을 치고 삶이 무엇이길래 이리 놓지 못하나 탓하고 탓하다 날을 새우네 구중궁궐 찬바람에 가슴이 시려도 꽃은 피고 나비는 날고 천 갈래 만 갈래로 마음이 찢겨도 혼자 울고 다시 또 울고 소헌왕후의 심정을 담은 노래 어떠셨나요? 아주 찰나의 빛나는 순간을 뒤로 하고 그 뒤에 몰아닥친 절망의 시간들이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그저 숨어서 가슴을 치고 눈물을 삼켜야 할 수밖에 없었죠. 시아버지 태종도 차마 소헌왕후에게까진, 칼을 대지 못했습니다. 폐비로 내쳐야 한다는 신하들의 상소는 빗발쳤지만, 아버지 눈치만 보던 세종 역시 왕비만은 지켰죠. 그렇게 소헌왕후의 희생 속에서 남편 세종은 역사에 남을 왕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이 계속 되어설까요. 아들 둘을 자신보다 먼저 떠나보내고, 겨우 천민 신분을 벗어난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소헌왕후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세종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자식들을 모두 절에 보내 기도드리게 하고 신하들에게도 불공을 명했습니다. 하지만 소헌왕후의 병세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세종은 안절부절 하지 못했죠. 거칠 것 없이 달려왔던 삶이 이제야 조금 편안해지고 결실을 맺으려고 할 때, 자신의 곁을 평생 지켜왔던 소중한 사람이 떠나려고 하는 겁니다. 아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겠죠. 대부분의 죄수들을 풀어주고요 심지어 승려 80명을 동원해 소헌왕후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까지 엽니다. 그러나 그런 정성에도 소헌왕후는 끝내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실록은 당시 세종의 상황을 이렇게 남깁니다. “소헌왕후가 승하하니, 임금께서 마음을 둘 곳이 없었다” 세종은 새 왕비를 맞으라는 신하들의 청도 듣지 않고, 후궁도 맞지 않습니다. 그저 나랏일과. 그녀... 소헌왕후의 추모에만 몰두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보물이 바로 월인천강지곡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요.한글로 작성된 노랫말 형식이라, 문장이 간결하고 쉽습니다. “부처님이 백억 세계에 화신하시어 교화하심이, 달이 일천 강에 비치는 것과 같으니라“ 백성들에게도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겠죠. 그런데요. 사실 이 안에는 세종이 소헌왕후에게 보내는 비밀 편지가 숨어있습니다. 580편이 넘는 서사시 중에서 서곡에 해당하는 한 부분만 유독, 극존칭을 쓰고 있습니다. 세존의 일을 사뢸 것이니 만 리 바깥의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듯 생각하소서. 세존의 말씀을 사뢸 것이니 천 년 전의 말이지만 귀에 들리는 듯 생각하소서. 어쩌면, 극존칭의 대상은 소헌왕후가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살펴보니, 세종의 절절함이 묻어나는 서정시 한 자락 같아요. 비록 두 사람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부처님 덕으로 자신의 마음이 아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는 염원이었겠죠. 세종은 죽은 아내를 위해 세존, 즉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생전에 부치지 못했던 둘 만의 비밀편지를 이렇게 해서라도 아내에게 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떠세요? 세종이 월인천강지곡을 만들기 위해그토록 필사적이었던 이유... 세종의 그 절절한 마음이 이해되시나요? 그것은 평생 자신의 뒤에서 모든 걸 희생해온 아내에게 바치는 미안함과 후회,존경과 고마움이 뒤섞인 한 남자의 고백이었습니다. 만 리 바깥, 천 년 전의 시간을 넘어 부처님 말씀과 함께 담아둔 사랑의 메시지. 월인천강지곡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상헌 / 세종대왕이 쓴 사랑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이었습니다. 김보경씨의 모습이 정말 무척 아름다운데요. 뮤지컬 속 소헌왕후의 의상인거죠? 김보경 / 네, 맞습니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기념 뮤지컬 1446에서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의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세종과 소헌왕후의 사랑 이야기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세종의 모습, 무대 위에서의 제 모습 궁금하시다면! 12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꼭 보러 오세요! 강아랑 / 소헌왕후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와 함께 월인천강지곡에 숨은 이야기 들으니, 더 감동! 홍경민 / 월인천강지곡, 다들 어디서 많이 들어보긴 했죠? 학교 다니면서 시험 문제로 많이 나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거든. 그런데 이게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담은 내용이었네. 다니엘 / 저도 월인천강지곡에 대해선 ‘한글로 지어진 오래된 책’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로맨틱한 사연이 있는 줄 몰랐어요. 박영진 / 헐.. 다니엘. 이제 이런 이야기 듣는 것도 지겹겠네.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아는거같아. 월인천강지곡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다니엘 / 월인천강지곡은 독일어로도 번역되어 있어요. 독일 함부르크대학 한국학과 교수 번역. 외국어 최초로 독일어 번역 다른 한글 책보다 표현이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내용이거든요, 독일에서 한국학을 배우는 친구들도 <월인천강지곡>을 공부하고 있어요. 이기환 / 다니엘 혹시 그것도 아는지? 월인천강지곡은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더 먼저 만들어진 금속활자로 제작된 서적이야. 게다가 한글로 된 금속활자는 월인천강지곡이 최초! 안현정 / 게다가 1991년 우리나라 UN 가입 당시, 유엔 본부에 가입 축하 기념물을 보냈는데, 그게 바로 <월인천강지곡>의 영인본과 금속활자 복원품! 우리나라 대표 문화재 인증인셈. 현재도 유엔본부에 전시중 강아랑 / 정말 외국에 자랑할만한 보물! 역시 국보는 다르네요! 그런데 세종은 왜 하필 아내에 대한 사랑을 석가모니 일대기로 풀었을까요? 금속활자로 찍어낼 정도라면, 다른 이야기도 많았을텐데. 박영진 / 맞아. 석가모니와 사랑은 뭔가 안 어울리는데...? 홍경민 / 그러게!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내 당신에게 부처님 말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좀 그렇지 않아? 김보경 / 세종과 소헌왕후가 결혼했던 당시 나이가 12살, 14살이었어요. 연상연하커플^^ 양쪽 집안 모두 불교를 믿어왔기 때문에, 세종이 왕세자가 되기 전엔 두 사람이 함께 조용히 사찰을 찾아 참배를 하곤 했대요. 아마 제 생각엔, 세종은 그 시절 소헌왕후와 함께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강아랑 / 아, 어쩌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부처님의 힘으로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 걸지도 모르고요. 한상헌 / 조선왕조의 가장 유명한 왕으로 꼽힐만한 세종. 그런데 저는 정작 왕비인 소헌왕후에 대해선 거의 아는 내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보경씨는 소헌왕후를 연기하면서 느낀 바가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김보경 / 외유내강형?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지 않았나. 하지만 세종이 그 수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도록 조용하고 든든하게 내조한 왕비이기도 하지. 소헌왕후 없었더라면 세종이 그렇게 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러니 세종도 더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아끼지 않았을까. 안현정 / 소헌왕후가 조용한 성격일 것 같은데, 기록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세종이 잠시 지방에 내려가 있을 때 한양에 민가 2천 채가 불에 탈 만큼 큰 화재 사건이 벌어져요. 소헌왕후는 만삭의 몸으로 세종 대신 화재 진압을 진두지휘. 강아랑 /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왕들도 세종대왕을 롤모델로 많이 꼽지만, 왕비들 역시 소헌왕후를 롤모델로 많이 꼽았다고 하더라. 조용히 순응하기만 한 왕비가 아니라, 나라의 안위가 가장 먼저였던 왕비! 홍경민 / 게다가 아주 금슬이 좋은 부부였던게 분명해. 세종과 소헌왕후 사이에 자녀만 8남 2녀래! 박영진 / 와… 그렇게 사이가 좋은 부부라니. 그런데 시아버지인 태종은 왜 그런거야? 이런 며느리라면 엄청 예뻐할 것 같은데? 이기환 / 태종은 왕권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왕비의 친척, 즉 외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즉위를 도와준 자신의 처남들마저 모조리 죽여 버렸죠. 태종은 아들 세종의 외척도 제거해야 왕권이 안정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세종을 위해 소헌왕후의 친정에 역모죄를 씌워 숙청한 겁니다. 박영진 / 죄를 지을까봐 미리 처단한거잖아? 죄를 지을 거 같으니까 죽이는 건 뭐야. 충치 무서워서 이빨 다 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강아랑 / 그래도 그때 왕은 세종이잖아요. 세종이 나섰다면 장인어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기환 / 당시 조선의 왕은 세종이었지만 아버지 태종의 영향력도 무시 못했어. 국방, 군사 관련 업무는 계속 태종이 담당. 그리고 태종도 소헌왕후에게 미안하긴했는지, 신하들이 소헌왕후도 폐비로 내치라는 이야기엔 꿈쩍하지 않았대. 김보경 / 제가 소헌왕후였다면 화병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태종이 죽은 후에도, 세종은 소헌왕후 집안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지 않아요. 장인이 억울하게 죽은걸 알면서도. 그저 장모만 관노비에서 풀어주는 정도였죠. 그래선지 소헌왕후는 더 불교에 심취했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소헌왕후가 정말 대단한 것은, 그 슬픔을 다 누르고 국모로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였다는 거죠. 박영진 / 세종도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부인 편을 들자니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게 되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자니 부인이 걸리고. 결국 속죄하는 의미로 월인천강지곡을 쓴 걸지도 모르겠네. 다니엘 / 다시 월인천강지곡을 보니 러브레터가 아니라 아내에게 보내는 반성문이네요!! 홍경민 / 세종이 신하들에게까지 수시로 부인 칭찬 많이 하는 팔불출이었대. 어느 연회 날 소헌왕후한테 차려진 상을 봤는데, 다른 상보다 고기가 적더래. 그래서 바로 ‘왜 중전 상에 있는 고기가 다른 사람들 고기보다 적냐? 내가 안 볼 줄 알고 이렇게 한 거냐?’ 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해. 박영진 / 세종대왕님이 고기 덕후로 유명하시잖아. 역시 고기 덕후다운 사랑법이네. 내 아내에게 고기를 적게 주는 건 참을 수 없어! 홍경민 / 강아랑 씨. 세종 같은 고기 잘 챙겨주는 남편 어때? 강아랑 / 고민되네요. 똑똑하고 다정하고, 고기 잘 챙겨주는 남편인데, 시부모님 눈치를 봐야하잖아요? 남편은 역시 절대적인 내 편이 최고! 세종은 잘 모르겠어~ 한상헌 / 월인천강지곡이 세종의 사비로 조용히 만들었다는 이야기 역시 놀라운 사실이었는데요. 금속활자로 책을 만들기 위해선 비용도 상당했을텐데요? 안현정 / 내탕금이 있어서 가능. 태조 이성계 때부터 왕의 개인 재산 인정하고 국가 재정과 구분 지었어. 써도 감독 받지 않고 사용처를 밝힐 필요 없는 돈이지. 그 덕분에 월인천강지곡이 존재할 수 있었을거야. 국가 예산으로 불교 사업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조정신료들이 가만있지 않았겠지. 박영진 / 허어. 조선시대 왕도 비자금이 있었어? 홍경민 / 비자금으로 아내를 위한 책을 만든거잖아?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랑꾼이야... 다니엘 /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보면 굉장히 온화해보이는데 추진력이 정말 대단한거같아요. 고집도 센거같고. 훈민정음 때도 신하들이 그렇게 반대했는데 발표한거라면서요. 김보경 / 맞아요. 훈민정음도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거죠. 세종은 소헌왕후가 죽고 난 뒤엔 경복궁 안에 불당을 만들려고 했어요. 영의정부터 말단관리들 다 반대하고 성균관 유생들은 단식투쟁하고 모두가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강행했다고 해요. 왕 노릇 못해먹겠다는 선언을 하고 넷째아들 임영대군의 집으로 가출해버려요! 박영진 / 내가 아는 그 세종 맞아? 세종대왕님이 왕 노릇 못해먹겠다고 하셨다고? 상상이 잘 안 돼! 홍경민 / 약간 세종대왕님껜 외람되지만.. 마음의 상심이 너무 커서 삐뚤어진거 아닐까? 마음이 힘드니까 불교에 심취하게 되고. 그런데 신하들은 반대하니 더 힘들어지고. 강아랑 / 신하들과 싸워가면서까지 아내를 기리려고 했던 세종의 마음 생각하면 이해가 되요. 세종대왕님 완벽한 위인인줄로만 알았는데 세종도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었구나 싶어. 이기환 / 우리가 흔히 세종을 떠올리면 어떤가. 위대한 성군, 많은 업적 세운 왕.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헌왕후가 죽은 후의 세종 모습을 보면 그가 평생 누구에게 의지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세종이 새로운 모습을 본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한상헌 /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사랑,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인간 세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던 보물 <월인천강지곡>이었습니다. 소개해주신 김보경 씨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3.서경석 <고려 용머리 장식 기와> 서경석 / 제가 천상의 컬렉션을 참 오래 했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더 가슴이 뜁니다. 아...이렇게까지 설렌 적은 없었는데, 잠깐 진정 좀... 제가 오늘 소개할 보물은 천상의 컬렉션 시즌 1.2.3 통틀어 가장 최근에 발견된 보물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하셔도 안 나올 겁니다. 이유는, 불과 3년 전, 2015년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귀한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직 연구 보고서도 안 나왔어요. 오늘 이 자리 함께하신 여러분은 아주 큰 행운을 만나시는 겁니다. 마음의 준비 되셨죠? 네, 바로 이겁니다. 아... 많은 분들이 좀 실망하신 것 같은데요. 그러실 수 있습니다. 가로 35, 높이가 약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제법 큰 돌덩입니다. 그런데 한 쪽이 심하게 깨져 있어서 얼핏 봐서는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돌덩이가 뭘까요? 그럼 용도는 뭘까요?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여서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본래 모습을보시겠습니다. 네, 이 보물은 건물의 지붕을 꾸며주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 기와입니다. 자, 여러분 표정이 처음보다는 좀 풀리셨는데, 여전히 좀 이상하다 싶으시죠. 이게 어떻게, 3년 전에 첫 모습을 드러낸 거냐? 맞습니다. 이 기와는 그동안 우리가 흔히 보아 왔던 겁니다. 어디서? 경복궁에서. 불에 취약한 목조 건물의 화재를 막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용머리 기와를 올려놓았죠. 그런데, 자세히 비교해보면 모양이 좀 다르게 생겼습니다. 오늘의 보물 용머리 장식 기와는 두 눈이 곧 튀어나올 것 같고, 입도 힘껏 벌렸죠. 잇몸까지 드러난 이빨은 아주 뾰족합니다. 혀가 둥글게 말려 올라가 있고 목젖까지 드러날 정도로 섬세하게 조각돼 있습니다. 이에 반해 경복궁 용머리 장식기와, 즉 조선시대 용두기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 입도 좀 덜 벌리고 있고, 두상은 둥글납작하죠. 조각의 표현도 단순해요. 어떻습니까? 여러분!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머리에 솟은 뿔과 귀 옆으로 입에서 뿜은 불기둥까지 표현돼 있는 오늘의 보물과 조선의 용두기와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아시겠죠. 같은 용두기완데 이렇게 뚜렷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만들어진 시기가 다른 걸까요? 오늘의 보물 용머리 장식 기와는 대체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그 힌트가 바로 이 그림에 있습니다. 여기 지붕에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용머리 장식 기와 보이시죠? 자세히 보면 오늘의 보물과 모양이나 분위기가 아주 유사합니다. 이 그림! 언제 것일까요? 바로... 고려입니다. 고려시대 불화죠. 오늘의 보물은 1000년 전, 고려의 용머리 장식기와였던 겁니다!!! 자...그런데, 또 의문이 생기죠. 고려시대 용머리 기와를 왜 우리는 2015년에야 만날 수 있었을까요? 힌트!! 드리겠습니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 걸쳐 만나는 장면이 나왔고요, 중간 중간 다소 거친 그림들, 뭔가를 발굴하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힌틉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보물 용머리 장식 기와는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 2015년에 처음으로 발굴해 낸 것입니다. 사실 공동 발굴이 시작된 건 2007년이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발굴과 중단을 반복해오고 있었던 겁니다. 여러분 이제 조금씩 의문이 풀리기 시작하죠. 이 귀한 보물을 남과 북이 함께 발굴한 이유, 그리고 작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이유 역시 예측이 되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은 현재 북한의 개성 지역입니다. 송악산 남쪽 기슭에 남아 있는 궁궐터 모양이 보름달 같이 생겼다 해서 조선시대부터 만월대라고 불렀지요. 고려 궁궐은 건물 수가 많지는 않지만 누구든 그 앞에 서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했습니다. 아파트 5층 높이까지 축대를 쌓고 그 위에 궁궐을 지었는데, 언덕의 지형을 잘 활용해시각적으로도 보는 사람을 압도했죠. 그리고 단청부터, 발로 밟는 기단석까지 붉게 칠하고 구슬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몄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지붕 위에 놓여 있던 이 용머리 장식 기와는 궁궐의 위엄을 살려 주었을 겁니다. 당시 고려 궁궐 규모가 정말 대단하긴 했나 봐요.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중국에 돌아가 이렇게 기록하거든요. “오랑캐들이 궁궐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만들었는데 우리 황제가 워낙 덕이 커서 충성만 보고 넘어가준다“ 중국 사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화려했던 고려의 궁궐- 그렇다면 고려는 왜,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궁궐을 지었던 걸까요. 자 여러분, 이것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초상화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 온 왕들과 뭔가 분위기가 좀 다르죠.사극에서 본 조선의 왕들은 모두 빨간 곤룡포를 입고 있는데 왕건은 특이하게도 황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에 쓴 면류관! 줄을 세어보면 12줄인데 조선의 왕들은 9줄이었습니다. 12줄 면류관과 황색 옷.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여러분, 태조 왕건이 자신을 뭐라고 불렀는지 아십니까? ‘짐’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의 왕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네. ‘과인’ ‘과인’은 왕이 스스로를 겸손하게 부를 때 쓰는 호칭이고, ‘짐’은 황제가 자신을 낮출 때 쓰는 호칭입니다. 자, 이런 것들이 뭘 의미할까요!! 네, 고려는 중국의 제후국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중국에 대해 사대의 예를 갖췄지만 안으로는 스스로 ‘황제국’이라 여긴 겁니다. 화려하고, 웅장했던 궁궐은 황제국 고려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궁궐의 가장 높은 곳에 하늘을 찌를 기세로 앉아 있던 용머리 장식 기와는 황제국 고려의 기상을 드높여 준 상징물이었던 것입니다. 아! 니! 그렇게 깊은 뜻이!! 수백 년 동안 송악산 자락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고려의 궁궐은 홍건적의 침입 때 화재로 불타 사라졌고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다시 설 기회가 없어집니다. 조선왕조 500년을 거치며, 고려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갔고, 설상가상으로 남북이 분단돼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땅이 돼버린 것이죠.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려서! 조선에 의해 깨끗이 지워져버려서!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시 찾아보고 싶어도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의 역사가 되어버려서... 이런 여러 이유로 우리는그동안 황제국 고려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없었습니다. 고려가 건국된 지 천 백 년 만에 남과 북이 함께 고려 모습의 한 조각을 발굴해낸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오늘의 보물 용머리 기와가, 입을 크게 벌리고 이렇게 소리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려의 역사 속으로 드루와~ 드루와~”감사합니다. 한상헌 / 황제국 고려의 위상을 나타낸 보물, 서경석 씨의 용머리 기와 잘 봤습니다. 기와는 우리가 보물이라고 생각하기엔 많이 친숙한 유물인데, 서경석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롭게 보인다. 박영진 / 제가 이 자리에 시청자 대표로 앉아있지 않습니까?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북촌만 가도 널린 게 기와인데 이게 과연 1등을 할 수 있을만한 보물인가. 홍경민 / 박영진 씨의 의견 매우 합리적입니다. TV 보시는 시청자분들은 기와의 실제 크기와 위용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 용머리 입에 사람의 머리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큰 기와다. 여기 이빨이랑 이 험악한 인상을 보세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박영진 / 가까이서 보니 좀 보물 같긴 하네요. 실물 깡패.. 홍경민 / 심지어 우리가 잘 아는 관용구 중에서도 이런 궁궐 장식 기와에서 유래된 말이 있을 정도다. 관용구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보물인 궁궐 장식 기와를 의심하다니. 아~ 정말 어처구니 없네. 어처구니가 없어. 박영진 /아니 아무리 어이가 없어도.. 알만하신 분이 방송 중에 화를 내시면 어떡합니까.. 서경석 / 그만 싸우세요 두분!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 오늘의 보물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궁궐 추녀마루에 있는 장식 기와를 어처구니라고 했습니다. 그 중요한 어처구니를 기와장이들이 실수로 빼먹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 경우에 궁의 권위를 실추시킨 기와장이들을 보고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만'하고 혀를 찼다는 데서 유래되었단 얘기가 있어요. 아무튼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궁궐 지붕위에 올라가 있던 이 용머리 장식 기와!! 정말 대단한 보물입니다. 안현정 / 이 용머리 기와는 조형적으로도 가치 있는 유물. 고려의 용머리는 표현 방식이 거칠고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자칫 도깨비나 괴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용맹한 용의 모습을 충실히 표현했다. 박영진 /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이 용머리가 인상도 험상궂은 걸 보면 궁궐지킴이였을 것 같다. 용은 불을 뿜는 동물이잖아. 나쁜 놈들은 썩 물러가라. 이런 거지. 강아랑 / 진짜 볼수록 용머리의 인상이 심상치 않아. 무시무시한 표정이 고려국의 기상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한데 용머리 기와는 진짜 궁궐 수호대? 어떤 역할을 한 건가? 이기환 / 장식형 기와는 건물의 지붕의 마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도 있지만, ‘용’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용은 예로부터 상상속의 동물로 신성시되는 존재지 않았나. 그런 존재가 궁궐을 수호하는 것. 물의 신인 용이 목재 건물을 화재에서 보호해주길 바라는 의미였던 것. 다니엘 / 유럽에도 용머리 기와같은 존재가 있다. 지붕에도 있지만 주로 벽면에 있는 조각상이다. ‘가고일’이라고 하는 괴수 조각상(독일에서는 (Wasserspeier)라 부름) 빗물을 받는 역할도 하면서 건물에 악마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강아랑 / 보통 한국의 전통건축의 백미는 단아함과 은근한 곡선미라고 알고 있잖아. 그런데 저런 용머리 장식 기와 등을 사용해서 화려하게 치장했다는 게 신기해. 화려함의 상징 중국 사람이 와서 놀랄 정도였다는데, 만월대의 화려함은 어느정도였나? 다니엘 / 현존하는 궁궐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궁궐이 자금성이라고 한다. 중국 사신이 화려함에 놀랐을 정도면 만월대의 규모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기환 / 만월대의 면적은 자금성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만월대 터와 궁성 남쪽 황성의 면적까지 합치면 125만㎡ 정도. 게다가 만월대는 산세를 따라 만들어져서 실제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졌을 거라고 한다. 박영진 / 그래 이 용머리 기와도 장식 치곤 크기가 너무 크다 했다. 이 용머리 기와가 일종의 궁궐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하는 실체인 셈이네. 엄청난 보물 맞네 맞아~ 서경석 / 맞습니다. 이 용머리 기와의 발굴로 1100년 전 고려의 위용이 실체로 나타난 것입니다.고려의 위용과 관련해서 얘기가 하나 더 있는데요. 여러분 대한민국! 대한민국 그렇죠. 대한민국 하면 만세죠? 이 만세에도, 고려의 비밀이 숨어있거든요. 만세의 뜻이 뭔 줄 아십니까? 홍경민 / 서경석 씨 요즘 퀴즈 열심히 내시던데, 여기서도 퀴즈를! 만세 뜻은 만세 아닌가요. 감탄사! 다니엘 / 서양에서는 만세 대신 'Long live the King' 또는 'Long live the Emperor' 여기에는 군주의 통치권이 영원하길 바란다는 뜻이 담겨있다. 만세도 아마 그런 비슷한 뜻이지 않을까? 서경석 / 다니엘씨가 가장 가까운 답을 말했다. 아까 고려는 황제국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했잖아. 이 ‘만세’도 황제의 전유물이었다. 만세까지 살라는 뜻이에요. ‘제후국’의 군왕에게는 만세가 아닌 ‘천세’ 까지만 허락됐었다고 해요. 하지만 고려 때는 만세를 그렇게 썼대요.^^ 이기환 / 고려는 노골적으로 ‘만세’를 불렀다. “고려 국왕이 큰 모임을 열 때 … 여러 신하들이 발을 구르며 춤추고는 만세 부르기를 중국 조정에서 하듯 한다.” 할 정도 였다. 게다가 아까 나왔지만 고려 국왕은 노랑색 단령을 입었는데 이는 고려 왕조의 대왕이 마치 중국 왕조처럼 천하의 중심에 서 있다는 뜻을 표출한 것이다. 박영진 / 사실 저 정도면 말이 외왕내제지, 그냥 황제국가라고 선언한 수준 아닌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이었을 텐데, 고려의 패기 인정한다. 한상헌 / 고려는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당시 고려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용머리 기와같은 유물의 발굴이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용머리 기와도 남북 공동발굴 사업이 시작된지 9년 만인 2015년에서야 어렵게 발굴된 거라고 들었다. 서경석 / 2007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총 400일 동안 남북한 학자들이 만월대 공동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건물터 40여동과 유물 1만6500여점을 발굴해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 아직도 발굴해 낼 것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니엘 / 10년 동안 400일이면 생각보다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다. 발굴 사업을 꾸준히(?) 했다면, 더 많은 유물을 빨리 발굴할 수 있었을 텐데, 발굴이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박영진 / 400일 동안 저 정도 발굴한 거면 성과가 큰 거 아닌가. 다들 알다시피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겠지. 뉴스에서 많이들 봤잖아~ 홍경민 / 만월대 터는 600년 넘게 별다른 훼손 없이 보존됐다고 하잖아. 앞으로 각 잡고 발굴 시작하면 난리 나겠는데? 이기환 / 2015년에 이 용머리 기와 말고 출토된 대단한 보물이 또 있다. 바로 고려 금속 활자. 그전까진 남한 한 점, 북한이 한 점, 총 두 점 밖에 없었던 보물. 만월대에서 한 점의 금속활자가 추가로 발굴됐고, 비슷한 위치에서 4점이 더 출토됐다. 이건 남북한이 힘을 합해 이뤄낸 획기적 발굴 성과. 강아랑 / 비슷한 위치에서 5점이나 발굴된 거면, 그 자리에서 더 많은 금속활자가 나올 수도 있겠다! 자꾸 이야기를 들으니 공동 발굴한 보물들을 보고 싶다. 남북공동 발굴한 보물들을 볼 수 있나? 안현정 / 얼마 전 서울에서 2018 평창 올림픽 기념으로 만월대 발굴 유물을 전시했다. 하지만, 매장문화재는 공동 발굴했더라도 땅주인이 소유하기 때문에 개성 만월대 유물은 북한 측의 허가 없이는 빌려올 수가 없어서 전시도 실물 대신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했다. 홍경민 / 그럼 앞으로 발굴되는 유물도 다 북한에 있겠네? 사실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이 북한에 있어서, 우리가 고려를 잘 몰랐던 이유도 있었지 않나. 다니엘 / 한국에서 많은 박물관들을 가봤지만 고려의 청자 말곤 고려의 유물들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그래도 고려의 유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북한에 있다니 곧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긴다. ^^ 서경석 / 여러분, 북한말로 이 용머리 장식 기와를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룡대가리 잡상이라고 한다. 보물을 부르는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한 목표로 함께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남북 공동 발굴도 이제 8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아직 발굴되지 못한 고려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지 기대된다. 한상헌 / 1100년 전 위풍당당했던 황제국 고려의 이야기를 품고, 세상에 나타난 <용머리 장식 기와> 였습니다. 서경석 씨에게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한상헌 / 이제 호스트 세 분의 무대가 모두 끝났습니다. 즐거우셨습니까 오늘 우리가 만난 세 개의 보물은 인류 최초의 고래 사냥에 대한 기록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1100년 전, 당당한 황제국 고려의 기상이 담긴 <용머리 장식 기와> 하늘의 아내에게 보낸 비밀 편지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입니다. 여기 계신 100인의 현장평가단 여러분들은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잠시 후에 호스트 세 분을 무대에 모시고, 최후의 한마디를 들어볼 텐데요. 세 분의 최후 한마디를 모두 듣고 난 뒤,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에 투표해주시면 됩니다. 세 개의 보물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물이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르게 되고요. 우승을 한 호스트는 문화재 보호기금에 기부자로 등록됩니다. 자, 준비되셨나요? 자, 그럼, 세 분의 호스트! 무대 위로 나와 주세요! 한상헌자,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서입니다. 여러분의 최종 선택을 도와줄 최후의 한마디 시간입니다. 진중권 씨, 최후 한마디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진중권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예술입니다. 예술이 밥을 먹여주지 않던 시절에도 삶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그 생각을 표현해냈습니다. 이 땅 최초의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선사인들이 남긴 첫 보물, 그 가치를 알아보셨다면 1번을 누르시면 됩니다. 김보경 / 세종이 그토록 애타게 아내를 그리워한 건 아마도 소헌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겠죠.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 더 사랑해 주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제가 무대를 떠나기 전에 여러분의 그 마음, 2번을 꾹 눌러서 마음껏 표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서경석 / 오늘 여러분의 한 표는 다른 때의 한 표와 상당히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남북이 하나 되어 추진하는 범민족적인 작업에 여러분의 힘을 실어주십시오. 한상헌 / 자 그럼, 세분의 최후 한마디까지 잘 들었습니다. 자, 100분의 현장평가단 여러분! 이제는 마음의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오늘 만난 세 개의 보물 중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의 번호를 누르고, 옆에 있는 불을 밝혀주시면 됩니다. 진중권 씨의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번 김보경 씨의 <세종대왕 월인천강지곡>은 2번 서경석 씨의 <고려 용머리 장식 기와>는 3번입니다. 자 여러분, 마음의 결정 하셨습니까. 천상의 컬렉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을 선택해주세요! 자, 결과가 나왔습니다. 100분의 현장평가단을 사로잡은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른 보물은 무엇일까요. 최종 결과 보여주세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는 호스트 김보경씨의 월인천강지곡이 올랐습니다! 오늘 우승한 호스트 김보경씨는 문화재 보호기금에 기부자로 등록됩니다. 축하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현장평가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투표로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는호스트김보경의 월인천강지곡이 선정됐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불을 밝혀 줄 단 하나의 보물! 단 하나의 이야기!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용: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우리 문화재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 자세히 보았을 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한다. 진중권이 소개하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김보경이 소개하는 '세종대왕 월인천강지곡' 서경석이 소개하는 '고려 용머리 장식 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