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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여행] 최치원의 한(恨)과 팔만대장경이 숨 쉬는 해인사 스크랩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 여행(강희갑 작가,홍찬선 작가)


해인사는 3가지가 좋다. 지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유네스코도 인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가야산의 멋진 풍광도 좋다. 상왕봉에서 내려 보는 산세와 설악산의 공릉능선에 버금가는 백운능선에서 신선이 됨을 만끽할 수 있다. 최치원의 마지막 길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12살에 당으로 유학 가서 과거에 합격하고 <격황소서(擊黃巢書)>로 이름을 떨치다, 신라에 돌아와서 6두품의 설움을 안고 해인사 계곡으로 들어가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빛나는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고운(孤雲)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해인사에 가는 것은 갈 때마다 이익이다.



해인사 일주문

<해인사 일주문>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인 802년에 세워졌다. 1200년 된 사찰답게 입구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세월의 두께를 느끼게 한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바다 도장이라는 뜻의 해인(海印)에는 전설이 있다. 마음씨 착한 노인이 떠돌이 강아지를 데려다 정성껏 보살폈다. 그 강아지는 용왕의 딸이었는데 잘못을 저질러 강아지 모습으로 속죄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아지는 속죄를 마치고 용궁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도장을 얻어 노인에게 선물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종이에 쓰고 찍으면 모두 얻을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도장이었다. 노인은 그 바다도장, 즉 해인을 이용해 절을 지었다.



대광보전

<대광보전>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해인사의 해인은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온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화엄경』을 설명하면서 쓴 비유다. 바다에 너울이 그치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도장 찍히듯 그대로 바닷물에 비쳐 보이는 것처럼, 모든 번뇌가 사라진 부처의 마음속에는 과거와 현재 및 미래의 모든 업이 똑똑히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법보(法寶)사찰로 유명한 해인사는 <화엄사상>을 실천하는 도량이라서 해인을 절 이름으로 삼았다. 저 세상으로 가신 조상들의 명복을 비는 백중(百中, 음력 7월15일)을 맞아 흰 등이 많이 걸렸다.



석등과 삼층석탑

<석등과 삼층석탑>


대광보전 앞마당에는 돌로 만들어진 석등(石燈)과 삼층석탑이 있다. 해인사는 창건된 이후 여러 차례 화재와 몽고군 침략 때 전화 등으로 나무로 된 건물을 거의 모두 불타고 다시 지어졌다. 석등과 삼층석탑은 해인사가 세워졌을 때부터 있었던 것이니 1200 살 가까이 된다. 돌이 나무보다 삶이 길다는 사실은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경왕사비

<원경왕사비>


원경왕사(元景王師) 낙진(樂眞)은 스승인 대각국사를 따라 송(宋)에 갔다가 귀국해 1104년 승통(僧統)이 됐다. 이 비는 1125년(인종 3년)에 건립됐으니 900살 가까이 된다. 원래는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의 반야사 터에 있었는데, 1968년 해인사 해탈문 근처에 복원됐다. 왕이 김부일에게 비문을 짓게 하고, 이원일이 글씨를 쓰게 했다. 고려중기인 12C의 비석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보물 128호다.



팔만대장경 입구
<팔만대장경 입구>

해인사를 법보사찰이라고 한다. 불보(佛寶)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승보(僧寶)사찰인 순천의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이다. 법보사찰이란 부처님 가르침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의 목판이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팔만대장경은 원래 강화도에 있었는데, 조선 태조 때 해인사로 옮겼다. 따라서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장경판전은 신라 때 건물이 아니라 조선 초 건물이다. 해인사에서 여러차례 화재가 있었음에도 장경판전은 화마에서 비껴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장경판전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이 나무에 새겨진 목판, 즉 대장경판이 보관돼 있는 건물이다. 건물 자체가 국보 52호이며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몽고 침입을 부처의 힘으로 물리치기 위해 만든 고려인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가 세계로부터 문화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장경판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건물 겉모습만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대장경판

<대장경판>

팔만대장경은 13세기까지 전래돼 오던 국내의 초조대장경과 사원전래본, 북송의 개보칙판대장경, 거란대장경 등을 모두 섭렵해 만든 당시 최고(最高)의 불경집대성이었다. 국보 32호이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대장경은 역사상 네 번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 위험은 1951년 9월18일이었다. 미군 사령부는 해인사로 숨어든 빨치산들을 뿌리 뽑기 위해 해인사를 공중에서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폭격기 편대장 김영환(1921~1954) 대령은 명령을 거부하고 폭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가야산 칠불봉 일출

<가야산 칠불봉 일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보기 전에 가야산 정상인 상왕(象王)봉과 칠불(七佛)에 올라 해돋이를 보는 게 기분 좋다.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려면 산 밑에서는 새벽 2시쯤에 출발해야 한다. 저녁잠이 많은 닭형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캄캄한 숲길을 최치원의 외로움을 생각하며 걷는 길은 운치가 있다.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의 맛은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가야산 상왕봉 운해

<가야산 상왕봉 운해>

칠불봉에서의 해돋이 직전에 상왕봉에서 바라보는 운해도 일품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저마다 사연을 속삭이는 듯 줄줄이 이어진 산봉우리 사이에 옅은 안개구름이 껴안는다. 꿈결 속에서 날개를 달고 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해인사 별

<해인사 별>

한밤중에 움직이는 것은 별보는 재미도 있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퍼붓는 인공불빛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산 속 깊이 들어가면 잊었던 미리내가 쏟아진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2020년은 8월25일)에 오작교 넘는 최치원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련암

<백련암>

해인사 경내와 가야산 정상까지 다녀오느라 힘이 들지만 꼭 가볼 곳이 있다. 조계종 7대 종정으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性徹, 1912~1993)스님이 말년에 수도했던 백련암(白蓮庵)이다. 해인사 일주문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임진왜란 때 해인사를 지킨 서산대사의 제자 소암(昭庵)이 1605년에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뒤 환적(幻寂)스님이 이곳에서 수도했는데, 범과 벗하였다. 그 범이 제자를 해치자 산신에게 명하여 가야산에서 범을 쫓아내 가야산에 범이 없어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성철 스님 사리탑

<성철 스님 사리탑>

해인사 입구에 부도탑이 모여 있는 곳 안쪽에 성철스님 사리탑이 있다. 절에 가서 보는 사리탑과는 모습도 다르고 규모도 엄청 크다. 큰 스님으로 모시는 뜻은 이해할 수 있으나, 옷을 여러 차례 기워 입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보여줬던 스님은 엄청나게 큰 사리탑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호통 치지 않을까...



팔만대장경 판각

<팔만대장경 판각>


해인사/ 如心 홍찬선

그대 바다에 새겨진

삼라만상의 모습 보았는가

그 참된 모습을 보고

말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아

팔만사천 자로 애틋하게 남겨놓은

그 숨결 느꼈는가

상왕 중향(衆香) 우두(牛頭)로

이름은 달라도 봉우리는 하나이듯

가야산 서쪽 자락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보듬은 뜻 깨달았는가

중생 사랑하는 일곱 부처님이

날마다 산길 오르내리며 마음 닦은 덕에

화마와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나

천년 이어 세계문화유산 되었구나

포도(鋪道)에 지친 그대

온갖 시름 털어내는 바다도장 들었는가







팁: 해인사는 국보와 보물로 가득 찬 자체가 박물관이다. 국보가 5점, 보물이 10점, 경남 유형문화재 다수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문화유산인 박물관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느긋해야 한다. 2박3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해인사 경내 곳곳에 서려 있는 이야기를 음미하고, 가야산 정상까지 오르내리면서 최치원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해인사를 세 차례나 방문한 인연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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