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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여행을 부르는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 자연유산에 내린 가을, 숲과 오름을 걷다 스크랩



제주 자연유산에 내린 가을, 숲과 오름을 걷다


-제주돌문화공원, 사려니숲길, 새별오름과 따라비오름-



<가을 우도봉 그리고 멀리 성산일출봉>


제주는 그 자체가 세계의 자연유산이다.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전체 면적의 약 10%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을 지니고 있는 제주는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섬 중앙에 위치한 한라산, 용암돔으로 대표되는 산방산, 제주 형성초기 수성화산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용머리해안을 비롯한

대포동 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 만장굴, 우도, 비양도, 선흘 곶자왈 등은 제주의 지질을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섬 전체를 가득 채운 명소들은 사시사철 그 어느 때 찾더라도 그 계절만의 색을 품고 있는 독특한 자연 풍광으로 찾는 이들을 감동시켜준다.

특히, 바다를 달구던 뜨거운 여름의 온기가 아직 해변을 떠돌고 있고,

차가운 바람이 한라산을 타고 내려오는 가을은 빛나는 억새를 품은 오름과 촘촘한 햇살을 가둔 원시림으로 놀라운 자연의 전시를 시작한다.

그 화려한 개막식을 통해 제주 자연유산의 화려함을 만끽해본다



돌문화공원에서 사려니숲길로의 여정


 

<새별오름 능선길>


화산섬이라는 자연의 제주와 태곳적 전설을 간직한 신비의 섬 제주를 가장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제주돌문화공원이다.

특히 아침 안개가 아직 땅에 머물러있거나, 한바탕 소나기가 지난 후 물기를 가득 머금은 나무와 풀로 둘러싸인

돌문화공원은 거대한 제주 돌들의 압도적 생생함을 보여주는 곳이 된다.

 

늪서리오름, 큰지그리오름, 작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 등 4개의 오름에 둘러싸여 있는 조천읍 교래리의

돌문화공원은 80%이상이 돌, 나무, 넝쿨들이 엉켜있는 자연유산 곶자왈에 속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천혜의 원시림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면서 제주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살려서 탐라의 형성과정,

탐라의 신화와 역사와 민속문화를 시대별로 총 정리하여 가장 아름다운 교육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 이것이 돌문화공원의 신념이라고 한다.

다행히 신념은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하늘연못 등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들이 그렇고,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담고 들판과 연못의 신비를 더하는 오백장군 등 바위와 상징물들이 또한 그렇다.

거기에다 박물관의 멋진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용암의 예술품들은 보는 이들을 절로 감탄시킨다.

특별한 무엇이 없어도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놀라운 전시장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음을 돌문화공원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려니숲길>


공원의 여운을 즐기며 나오는 길에 잠시 길가의 식당을 들려본다.

제주의 자연산 음식이라는 주인의 자랑이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맛난 점심 끝에 제대로 제주의 자연을 즐기려면

사려니 숲을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너무 울창하고 긴 여정이니 아마 입구 주변만 돌아봐도 충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거기에 덧붙여진다.

그리 멀지 않은 사려니 숲은 당연한 여정이 된다.

그 길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는 없어도 입구가 여러 개인 것은 확실하다.

특별 행사기간이 아니면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로 들어설 경우 일부구간 통제로 인해 붉은오름 입구로 나가던지 되돌아 나와야 한다.

성판악 주차장에서 들어서는 코스는 평상시 통제되고, 서성로 방면의 한남출입구를 이용할 경우 사려니 오름만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자연히 가장 많은 이들이 추천하고 출입이 자유로운 붉은오름 입구로 찾아간다.

도로 주변은 이미 차들로 빼곡하고, 여러 블로그에서 마치 표지판처럼 언급되던 커피 푸드트럭도 입구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려니 숲길을 들어선다. 입구에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고, 그저 숲을 향해 길이 있을 뿐이다.

그 담백함, 자신감, 자연스러움이 일단 마음에 든다.


 

<사려니숲>


사려니 숲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으로,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 가는 완만한 경사로 15km정도 이어지는 숲길이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라는 신역의 산명에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 된다.

신성한 숲길은 배리어프리로 조성된 나무산책로와 일반 산책로 두 개의 길로 나뉘어져 있고,

중간에 다양한 테마의 여러 코스로 갈라진다.

길은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며 한라산의 숲속으로 이리저리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촘촘한 나무들은 하늘로 줄지어 솟아 있고, 강렬한 가을 햇살은 그 틈새를 파고들면서 놀라운 빛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빛의 놀이를 따라 숲속으로 한없이 들어간다.

신선한 공기는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과 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풀은 피로를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사려니 숲을 추천한 이에 감사하고, 가을에 펼쳐지는 빛의 전시에 또 행복해하며 숲을 돌아 나온다.

 


억새의 오름에서 바다와 석양을 본다

 

<따라비오름의 석양>


제주의 바다만큼, 또는 그보다 더 유명하고 인기 높은 곳이 바로 오름이다.

한라산의 기생화산, 측화산이라고 불리는 오름은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 근거지이자 촌락의 모태가 된 곳이다.

사람들은 오름 기슭에 터를 잡고 화전을 일구고 밭농사를 지었으며 목축을 했다.

또한 오름은 역사와 신화의 터전이자,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죽어서 돌아갈 영혼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잠시 언급된 붉은 오름은 몽골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웠던 삼별초의 수장 김통정(金通精) 장군과 부하 70여명이 흘린 피가

오름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는데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렇듯 오름은 제주와 한 몸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은 마치 한라산을 둘러보듯 너나없이 오름을 함께 찾고 오르게 된다.

제주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명한 오름은 훼손되고,

통제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름은 계절과 제주를 만끽하려는 이들로 가득하다.


 

<새별오름>


어느 오름을 오를지 결정하는 일은 제주 탐방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름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데 그 수는 360개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400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에 1개의 오름을 오르더라도 1년 동안 모두 오를 수가 없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오름은 용눈이오름, 새별오름, 금악오름인데, 오르기 쉬우면서 경관이 좋아서이다.

그렇지만 그 각각은 자신만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고, 제주의 10대 오름 또는 지역별 3대 오름 등도 추천하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중 가을과 어울리고, 시야의 범위가 다른 두 곳을 오르기로 한다. 제주의 서쪽에 있는 새별오름과 동쪽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이다.

 

<새별오름의 억새밭>


제주 3대 오름 중 하나로 자주 추천되는 새별오름은 환상적인 일몰과 억새축제로 유명한 애월의 추천 명소이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이면서 오르기도 쉬우며 푸르기로 유명한 애월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보면 멀리 나무 하나 없는 오름에 개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도로를 벗어나 잠시만 들어가면 오름을 둘러싼 넓은 주차장이 보이는데, 이미 차와 사람으로 가득하다.

다행히 넓은 대지와 초지 덕분에 그리 혼잡해보이지는 않는다.

오름에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가 없는 게 아니라 오름 전체가 억새로 가득함을 알게 된다.

억새가 가을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 유혹을 따라 사람들의 뒤를 이어 오름을 올라가는데, 의외로 경사가 가파르다.

중간에 숨을 돌리며 굽혔던 허리를 펴니 주변을 가득 메운 억새밭 너머로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놀라운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서니 저편에 가장 높은 봉우리와 그 너머에 또 다른 봉우리들이 보이고,

오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애월의 푸른 바다와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별오름에서는 2000년부터 매년 제주들불축제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열리는 제주들불축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제 가운데 하나로 1997년부터 개최되었다.

제주도에서는 밭 경작과 작물의 운반을 목적으로 농가마다 소를 길렀는데, 농한기에는 마을별로 중산간 초지대에 소를 방목하여 관리하였다.

이때 방목을 맡았던 테우리(목동을 가리키는 제주어)가 오래된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하여 늦겨울부터 경칩 사이에 초지대에 불을 놓았었다.

제주도의 오랜 목축문화라고 할 수 있는 불 놓기가 축제로 계승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에 제주들불축제를 우수 축제로 지정하였는데,

그것과는 다르지만 새하얀 빛으로 가득한 새별오름의 억새밭은 또 다른 들불축제라 부를 만했다.


<새별오름 하산길>


건너편 능선을 따라 새별오름을 내려온다. 더욱 화려한 억새의 군무가 거기에 있었고,

길의 마지막에는 간만의 단체놀이를 온 유치원생들의 귀여운 함성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을 매달고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따라비오름을 찾는다.

서귀포 가볼만한 곳 10곳으로 추천되는 오름이기도 하며, 특히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작은 주차장이 있다. 차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나무로 만든 입구와 함께 넓은 초지 너머로 둥글게 솟은 오름이 가득 들어온다.

오름으로 오르는 길과 둘레길로 가는 표지판을 지나 잠시 오르면 나무로 만든 입구가 또 하나 나온다.

거길 지나면 길이 양쪽으로 나뉘는데, 왼쪽으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잘 조성된 일반 산책로이고, 오른편은 좁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다리가 불편하지 않으면 등산로를 권해본다. 조금 힘들지만 가장 빨리 오름에 오를 수 있고,

점점 낮아지는 나무와 거기서 벗어났을 대 뒤편 전망의 시원함을 느끼기 좋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면 건너편 봉우리와 주변 초지와 나무 그리고 풍력발전기가 오름 정상 주변을 가득 메운 억새밭과 함께 들어온다.

위에서 보니 오름이 말굽모양으로 생겼음을 알 수 있다.

 

<따라비오름 석양>


따라비오름은 탐라순력도(교래대렵), 해동지도(제주삼현)'다라비악(多羅非岳)'이라 기재되어 있고

제주군읍지제주지도에는 '지조악(地祖岳)'이라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오름 동쪽에 모지오름이 이웃해 있어 마치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서 '따라비'라 부른다는 설이 있고,

오름 가까이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 오름이 모여 있어서 가장(家長) 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 이름의 유래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가을억새와 석양으로 만만치 않은 유명세를 가진 오름이다.

마침 하산 길을 마주보며 해가 한라산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구름을 발갛게 물들이며 서서히 마지막 화려함을 자랑하는 태양은 오름의 억새를 더욱 새하얗게 빛나게 만들어준다.

그 아름다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만약 오름으로 만족하기 어렵고,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좀 더 길을 가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만나보는 것도 권해본다.

우도의 자랑인 홍조단괴 해빈과 해식동굴에 뜨는 달인 주간명월과 밤바다의 불빛 축제인 야항어범이라는 우도만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거기에 동천진동에서는 한라산의 일몰을 볼 수 있고, 우도봉 아래에서 높이 20여 미터, 30여 미터의 기암절벽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제주의 자연이 차려준 만찬인 셈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펼쳐지는 가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제주가 가진 자연유산이 얼마나 풍부하고,

귀중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껏 즐기고 또 그만큼 소중히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문득 자연은 우리 후손의 것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오랜 격언이 생각난다.

 



글 이철호 작가



전)월간 러너스코리아 기자

전)격월간 연콘텐츠 기자

전)수원청소년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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