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링크

문화유산여행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여행] 무등산 서석대 일출에서 시간의 위대함을 깨닫다 스크랩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 여행(강희갑 작가,홍찬선 작가)



 

무등산(1187m)은 쉬운 산이 아니다. 차등이 없다는 무등(無等)이지만 오르는 것 자체는 남녀노소의 차등을 확실하게 요구한다. 천왕봉 위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등산을 시작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방이 캄캄하다. 오로지 밤하늘의 별로 방향을 잡고 헤드랜턴의 불빛으로 길을 밝혀 가쁜 숨 몰아쉬며 헉헉대며 오를 땐 자주 다니며 운동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일단 다 올라서는 다시 무등해진다.

 

오를 때 힘든 사람을 거들어가며 함께 오른 뒤에 맞이하는 황홀한 해돋이 모습. 그냥 돌아갈까 하고 수없이 생각한 것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서석대의 우람한 주상절리 위를 거칠 것 없이 날아오르는 송골매처럼 불쑥 솟는 불덩이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서석대 해돋이에서 받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입석대와 광석대를 돌며 시간의 위대함을 섬세한 석공이 깎아놓은 것 같은 천연바위덩어리에서 깨닫는다.

 


 

김덕령 주일동

<김덕령 주일동>




무등산을 오르내릴 때 지나치기 쉬운 것이 <김덕령 주일동 바위>이다. 김덕령(金德齡, 1567~1596) 의병장이 임진왜란 때 쇠를 녹여 칼을 만들고 군사를 훈련시켰다는 내용을 적은 바위다. 바위에는 한쪽 면은 이끼가 잔뜩 덮여 있고 반대쪽에 <만력계사의병대장김충장공주일동(万曆癸巳義兵大將金忠壯公鑄釰洞)>이라고 새겨져 있다.

 

김 의병장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해인 1593, 담양에서 의병을 일으켜 남원 진주 고성 등지에서 왜적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1596년에 일어난 이몽학(李夢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병했을 때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를 받아 역적이란 누명을 쓰고 옥사했다.

 

무등산 정기를 받고 태어난 김덕령 의병장이 뜻과 능력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옥사한 한을 그대로 새겨놓은 듯해서 먹먹한 바위다.

 



서석대(瑞石臺) 주상절리

<서석대(瑞石臺) 주상절리>




땅만 보고 걸으면 <김덕령 주일동> 바위를 지나치기 쉽다. 그래도 서석대까지 가파른 길을 오르려면 2~3시간 동안 땅만 보고 걷지 않을 수 없다. 여름이면 땀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가을에도 땀범벅이 된다. 도중에 그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도 쉬엄쉬엄 힘을 내서 한 발 한 발 오른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가도 가도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정상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돌길을 지나 계단이 나오면 거의 다 온 것이다.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돌기둥이 다가온다. 절벽에 수도 없이 이어진 주상절리다.

 

자연과 시간의 위대함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래 바로 이런 맛 때문에 산에 오르는 것.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것이 봄볕에 눈 녹듯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서석대 해돋이

<서석대 해돋이>




주상절리에 넋 놓고 있을 틈이 없다. 가파른 길에서 시간을 너무 들여 바로 위 서석대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를 놓칠 수는 없다. 서둘러 사진 몇 장 찍고 발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아직도 다 쉬지 못했다며 투덜대는 두 다리를 다독이며 힘든 걸음을 떼어놓는다.

 

주상절리 보는 데서 정상까지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게 위안이다. 드디어 천왕봉 쪽 하늘이 발갛게 타오르며 해가 인사할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린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볼 수 없었을 장관이다.

 

4년 전 여름에 왔을 땐 안개비가 자욱하게 내려 볼 수 없었던 해돋이. 삼세번에 봐도 행운이라는 것을 두 번 만에 맞이했으니 이제부터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을 믿는다.

 



서석대에서 본 천왕봉

<서석대에서 본 천왕봉>




눈이 바쁘다.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랴, 떠오르기 전 붉게 물든 하늘을 보랴, 군대시설로 인해 정월 초하룻날을 제외하곤 갈 수 없는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 양옆에 하얗게 피어 발갛게 익어가는 갈대꽃을 보랴, 멋지다 아름답다 황홀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입에서만 맴돌 정도로 좋다.

 

서석대 일출의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문득 차갑게 느껴진다. 오를 때 뻘뻘 흘린 땀이 식으면서 덧옷을 입으라고 재촉한다.

 



코로나아웃 연

<코로나아웃 연>




서둘러 옷을 껴입고 연()을 챙긴다. 하늘에 보내고 싶은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 아버지가 가신 그 곳, 해님 비추어 날이 밝고 달님 속삭여 다정한 밤 쉬는 곳. 땅에 붙은 두 발로는 뛰어도 달려도 갈 수 없기에 가슴에 구멍 뚫어 마음 비워 가볍게 날아 바람을 도와달라고 연을 날린다.

 

경자년 봄 여름 가을 도둑질해 간 코로나19 하루 빨리 물러나게 해 달라고,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웃음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희망을 키워 달라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달라는 사연을 달아 서석대 위 천왕봉 너머로 떠오른 해에게 보낸다.

 



서석대에서 본 광주

<서석대에서 본 광주>




해돋이와 연 날리기가 끝나고 내려가려고 돌아서자 멀리 광주가 보인다. 호남에서 가장 큰 중심 도시 빛 고을 광주. 인구는 145만명(20209월 기준)으로 서울(970) 부산(340) 인천(294) 대구(243) 대전(146)에 이어 여섯 번째다. 남쪽으로 화순군, 동쪽으로 담양군, 북쪽으로 장성군, 서쪽으로 함평군, 서남쪽에 나주시와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9113일에 일제에 대항해 학생의거가 일어났던 곳, 19505월에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역사의 도시. 광주가 무등산에서 먼저 맞이한 햇살을 받아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고 있다.

 



입석대(立石帶)

<입석대(立石帶)>




무등산 장불재(長佛峙)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올라가면 정상의 서쪽 1017m 지점에 있는 돌기둥 무리다. 높이 10~15m의 돌기둥이 반달모양으로 둘러 서 있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절경이다. 돌기둥은 5~8면체로 석공이 조각한 것처럼 반듯하게 깎여 있고, 하나의 암주(巖柱, 바위기둥)3~4단의 석주(石柱, 돌기둥)으로 돼 있다.

 

옛날 이곳에서 가뭄이나 질병이 심할 때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천단(祭天壇)이 있었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입석암 등 많은 절과 암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광석대

<광석대>




광석대(규봉 주상절리)는 서석대 입석대와 함께 무등산의 3대 주상절리다. 무등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800m 떨어진 해발 950m 지점에 형성돼 있다. 규봉암(圭峰庵) 뒤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솟아 있다. 주상절리대 높이는 30~40m, 가장 넓은 것은 9m로에 이르는 100여개가 이어져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도의 큰 규모다.

 

8700만 전 중생대 백악기 때 발생한 두 차례의 화산폭발 때 분출된 화성쇄설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규봉암은 의상대사나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신라의 명필 김생(711~791)이 쓴 규봉암 현판이 전해오다 도둑당했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

<국립518민주묘지>




무등산을 내려와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에 들른다. 몇 번인가 가려고 했지만 이제야 처음 갔다. 5.18민주화 운동 당시에 희생된 분들은 망월묘지공원 제3묘역에 묻혀 있다가 1997513일 이곳에 518민주묘지가 완공되면서 이장된 곳이다.

 

추모탑 뒤 1묘역에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자들이 안장돼 있고, 2묘역부터는 민주화운동 이후 사망자들이 안장돼 있다. 10묘역은 당시 실종자들을 위한 초혼묘(시신 없이 혼만 모셔놓은 가묘)가 있다. 옆에 있는 망월동 공원묘지 3묘역에는 이한열 열사 등 19876월 민주항쟁 사망자 및 기타 민주열사들이 묻혀 있다.

 




   서석대 천황봉 파노라마

<서석대 천황봉 파노라마>




 

서석대 해돋이/ 如心 홍찬선

 

시간은 여기서 멈추었다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길고 긴 동안

쉬지 않고 잠자지 않으며 갈고 닦은

정성이 눈을 키우고 입을 벌리게 했다

 

해님도 그 노력에 경의 표하려는 듯

동쪽 하늘 발갛게 파노라마 펼쳤다

 

함께 누리자고 손짓하자

밤 지키느라 하얘진 반달

담날 보자고 눈인사 하고

파란 하늘은 하양구름으로 화답한다

 

밤새 약 마신 사람들

독기 내품으며 더 큰 꿈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 무등산에 올랐다 그냥 오기는 뭔가 아쉽다. 화순 쪽으로 내려가 화순적벽을 보고, 담양으로 가서 소쇄원과 관제방림 등을 본다. 나주 쪽으로는 영산강에서 황포돛배를 타면서 마한 시대의 고분을 답사할 수 있다. 9월 하순에는 영광의 불갑사에서 붉게 피는 꽃무릇을 만끽하고 백수해변도로를 따라 멋진 해넘이를 즐길 수 있다. 장성 쪽으로 가면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에 갈 수 있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 새가 없는 곳이 무등산 주변이다.  




하단내용참조

댓글등록 비밀댓글

(0 / 300)

전체댓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