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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여행]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자유와 평화 인권을 되새기다 스크랩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유산 여행(강희갑 작가,홍찬선 작가)



 

1022() 오전 11시경,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찾아갔더니 주차요원들이 진입을 막았다. 유엔의 날(1024)을 앞두고 기념행사가 있어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할 수 없이 오후 3시경에 다시 갔다. 예정된 행사는 끝났고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었다. 유엔기념공원은 6.25전쟁 때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22개국(전투참가 16개국, 의료지원 6개국) 장병 가운데 11개국의 2309명의 전몰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유엔기념공원은 20071024일에 근대문화유산 359호로 지정됐다. 유엔군사령부가 1951년에 한국에 파병돼 전사한 유엔군 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조성된 지 47년만이다. 유엔은 1955년 총회에서 유엔기념묘지로 이름지었다.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산에만 있다. 1964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해 예배당(현 추모관)을 건립하고, 1978년에는 유엔군위령탑이, 2006년에는 추모명비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부산시민들이 자주 찾는 쉼터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입구

<유엔기념공원 입구>




부산문화회관 도로 건너편에 유엔기념공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이 있다. 건축가 김중업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들의 얼이 고향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김중업은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라는 책에서 이국 땅에서 평화를 위해 싸우다 간 여러 나라들의 천사들에게 두 손 모아 경건히 바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네 귀퉁이의 처마가 흘러가는 흰 구름을 잡으려는 듯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그 마음을 담은 여덟 개의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기둥 옆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 제359호 재한유엔기념공원>이라고 쓰인 동판이 붙어 있다.

 



유엔기념공원 추모관

<유엔기념공원 추모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아름다운 건물이 추모관이다. 김중업이 1964년에 건축했을 때는 예배당이었다. 세계 22개국에서 온 장병들의 종교가 다른 것을 고려해 독특하게 설계했다. 건물 모양을 삼각형으로 해 전몰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뜻과 영원성을 상징했다. 입구 위와 건물 양 옆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아름답다. 평화의 사도, 승화, 전쟁의 참상 및 사랑과 평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는 6.25전쟁 및 유엔기념공원을 소개하는 12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하는 추모관이다.

 




유엔군 묘역

<유엔군 묘역>




추모관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전몰자들이 묻혀 있는 묘역이 나온다. 네모 모양으로 다듬어진 회양목과 장미 사이사이로 전몰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조그마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 묘역과 관련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일화가 전해진다. 1951년 초 겨울이었다. 미국의 고위층 정치인과 유엔사절단이 방문하는데 묘역을 5일 만에 푸른 잔디로 덮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 겨울에 잔디를 구할 수 없다고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때 정 회장이 해답을 내놓았다. 낙동강 변에서 자라고 있던 보리를 캐다 묘지를 파랗게 덮었다.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활용하고, 서산 앞바다를 막을 때 사용이 끝난 유조선을 가라앉혔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정 회장다운 발상이었다.

 



캐나다 묘역

<캐나다 묘역>




캐나다 장병 묘역에는 아름답고 비장한 동상이 서 있다. 한 병사가 오른손에 캐나다 국기에 있는 단풍나무를 한 아름 안고 있는 딸을 껴안고 있다. 왼손으로는 단풍나무와 무궁화를 안고 있는 아들의 등을 감싸고 있는 동상이다. 동상 밑에는 <우리는 캐나다의 용감한 아들인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We will never Forget You Brave Sons of Canada)>라고 쓰여 있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가슴이 먹먹하게 한다.

 



전몰장병 추모명비

<전몰장병 추모명비>




묘역에서 전몰장병추모명비와 무명용사의길이 있는 곳으로 가는 사이에 <도은트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장병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열일곱 살에 전사한 호주 병사 도은트(J. P. Daunt)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물길이다. 도은트수로를 지나면 왼쪽에, 6.25전쟁 때 전사하거나 행방불명된 장병 4895명의 이름을 새긴 전몰장병추모명비가 있다. 둥근모양의 물쟁반은 하늘과 전몰용사의 명비 및 보는 사람이 반영되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쟁반 가운데 솟아 있는 꺼지지 않는 불꽃은 영원한 세계평화와 전몰장병들의 영혼에 대한 추모를 뜻한다. 추모명비 입구 벽에는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김니다라는 고 이해인 수녀의 헌시가 쓰여 있다.

 



유엔군위령탑

<유엔군위령탑>




1978년에 세워진 위령탑은 정면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조각되어 있다. <유엔군위령탑>이란 글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뒤쪽 벽면에는 각 국가별 전투지원 내역과 전사자 숫자가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위령탑 안에 있는 공간은 원래 유엔군 전사자 명부가 소장되어 있다가, 20079월에 제2기념관으로 개조해 안장자 관련 사진 및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무명용사의 길

<무명용사의 길>




유엔기념공원 맨 남쪽에는 <무명용사의 길>이 있다. 길 양 옆으로 11계단으로 이루어진 물 계단이 있고, 물 계단 안에는 11개의 분수대가 있다. 물 계단 양 옆에는 소나무 11 그루가 심어져 있다. 11은 유엔기념공원 안에 안장된 장병들의 고국이 11개임을 뜻한다. 모든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참혹했던 6.25전쟁에서도 군번도 없고 이름도 없이 자유와 평화, 그리고 조국과 인권을 위해 산화해간 무명용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분들의 얼과 넋이 이 길을 따라 끊이지 않고 흐르기를 염원하는 조형물이다.

 



영도다리

<영도다리>




유엔기념공원을 나와 자갈치시장에 가면 영도다리를 만날 수 있다. 함흥에서 미국 군함을 간신히 타고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떠날 때, 미처 배를 타지 못한 가족친지들에게 외친 한마디, “영도다리! ~서 꼭 만나재이라는 말과 그때 피난행렬을 그대로 재현한 조각상이 영도다리 앞에 만들어져 있다. 부산시 중구는 이곳을 <유라리광장>으로 이름지었다. 국도7선의 시작과 끝인 이곳이 유럽과 아시아 사람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마당이라는 뜻이다. 6.25전쟁의 비극을 이겨내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유라시아 대륙을 오가는 날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오륙도 유엔참가국 연

<오륙도 유엔참가국 연>




그런 바람과 소원을 모아 오륙도 앞 이기대(二妓臺)에서 연을 날렸다. 6.25전쟁 때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멀고도 먼 코리아까지 날아와 준 22개 국가 국기와 유엔기를 매달아 오륙도 앞 바다 위로 날아 올렸다. 송광우 한국연연맹 회장이 정성껏 준비한 연이 우리의 고마움을 담아 왜장을 안고 순국한 두 명의 의기(義妓)의 얼을 타고 오륙도 바다 위로 훨훨 날았다. 유엔참가국연이 하늘 끝까지 닿아 유라시아광장이 실현되는 날이 앞당겨 질 것으로 믿는다.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6.25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다. 6.25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이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집을 짓고 살았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다. 그런 마을이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국내외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옛 마을을 싹 밀어버리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이곳의 독특한 지형구조로 생긴 경치와 분위기를 살리는 보존형 재개발로 도시를 되살렸다. 감천문화마을처럼 6.25전쟁의 아픔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루는 꿈아 아직 남아 있다.




유엔군 전사자 명단 

<유엔군 전사자 명단>

 



유엔기념공원에서/ 如心 홍찬선

 

물음표 크게 그렸다

유엔기념공원에서

이천 삼백 아홉 분들은

?

여기서?

잠들어 계실까?

 

밀려오는 추위

사무치는 외로움

코앞까지 다가온 두려움

영원히 씻지 못할 그리움

달래지 못하고

 

생전 들어보지 못한

코리아라는 낯선 땅에서

오로지 자유와 평화와 인권을 위해

오직 하나뿐인 목숨마저 바치신

사만 팔백 열다섯 분의

얼이여!

넋이여!

 

님들은 우리를 가르쳐 줍니다

좋은 하나엔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것

님들은 우리를 깨닫게 합니다

대비하지 않으면 목숨 내놓아야 한다는 것

님들은 우리를 채찍질 합니다

목숨으로 지킨 자유 평화 인권 꽃피우라고

 

열일곱 가장 어렸던 도은트 병사는

도은트 물길 따라 우리들 가슴으로 흐르고

11개국 무명용사들은 11개의 물계단과

11개의 분수대와 11개의 소나무에서

우리들에게 살아갈 길을 알려 주고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기고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겼다

둥그런 물 쟁반에 꺼지지 않는 불꽃에

 

연꽃이 자라던 큰 연못이 있었던

대연(大淵)동에 부산시민들의 쉼터로 거듭난

유엔기념공원에서 물음표 크게 그렸다





 




: 유엔기념공원은 부산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정문 바로 길 건너에는 부산문화회관이 있고, 유엔군전몰장병추모병비 쪽의 동문 근처에는 부산박물관과 유엔조각공원이 있다. 무명용사의 길 건너에는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자유와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하고 있는 공간의 의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아늑한 해변을 가진 광안리해수욕장과 야경으로 명물이 된 광안대교를 즐길 수 있는 광안리도 가깝다. 1024일은 법정기념일인 <유엔의 날>이다. 유엔의 날을 전후해서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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