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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여행을 부르는 문화유산 답사기] 자연이 품은 생명, 일상이 만든 보물 스크랩

여행을 부르는 문화유산 답사기 with 이철호 작가



자연이 품은 생명, 일상이 만든 보물

 

-순천만 습지-

-순천만 국가정원-

-낙안읍성-



최근 대한민국이 만들고, 자랑하는 것들을 세계에서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음악과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관광과 문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의 자연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는 듯하다.

지난 7, 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2007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등재된 데 이어 14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자연유산이다.

사실 갯벌과 습지가 소중한 자연유산이며 독특하고 놀라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그렇게 람사르협약에 의해 보존되는 습지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제는 우리가 즐겨 찾는 갯벌 역시 인정을 받은 것이다.

특히 한국의 갯벌은 멸종위기 철새의 이동로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4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등의

철새가 이동 중간에 먹이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연안 갯벌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연간 26만 톤에 달해 지구 기후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9년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의 서식 생물은 총 650종에 이른다.

이는 네덜란드 와덴 해 갯벌의 서식 생물 수보다 1.6배 많은 수치로, 한국의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국가에 비해 작은 땅을 가진 우리는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 순천만

 

순천만

<순천만>


남도의 바닷가에 순천과 보성이 있다.

예부터 인물 자랑 말라던 순천과 녹차로 유명세를 떨친 보성은

남쪽의 바닷가에서 가장 광활하고 아름다운 갯벌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만나 항아리 모양의 순천만을 이루고 있는데,

여수반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순천만 습지생태관이 있다.

그곳은 순천만의 갯벌과 습지의 생태를 만나는 입구이고,

그 뒤로 펼쳐진 갈대숲과 함께 용산전망대에 올라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순천만의 아이들

<순천만의 아이들>


먼저 순천만자연생태관을 들러본다.

순천만이 지닌 환경과 생명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지역 대표 철새인 흑두루미 가족도 만나고 순천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순천만습지에 사는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재현해놓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조형물과 영상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른도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생태관을 나서면 작은 습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소리체험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작은 강을 넘어 갈대숲으로 넘어가는 나무다리가 있고,

그 아래 체험용 유람선과 여러 종류의 수상용 탈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리 위에는 체험 나온 아이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생님, 얘 사진 봐요. 진짜 잘 찍었어요.”

한 아이가 소리치자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서 그 아이의 폰을 들여다봤다.

모두 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제법 잘 찍었나 보다.

, 너 정말 잘 찍었다.” “어떻게 이렇게 찍었어?”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한 호들갑이 이어지자 선생님도 피식 웃으며 다가선다.

그래? 어떻게 찍었는데?”

주위의 풍경은 아이들의 소란과 감탄을 불러올 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주변은 온통 갯벌이었다. 하지만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갯벌을 가로지르며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은 저 멀리 바다로 향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진한 회색의 갯벌이 함께 흐르고 있다.

그 위로는 온통 환하게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이었다.

사람이 지나는 길만이 마치 물뱀이 헤엄치듯 갈대 주변을 꿈틀거리고 지나고 있을 뿐이다.

길이 풍성한 갈대를 갈라놓는 그곳에서만이 갯벌은 속살과 함께 다양한 습지생물을 보여준다.

저 멀리서 철새 떼가 날아오른다. 하늘이 온통 까만 점으로 가득하고,

바람이 갈대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텅 빈 벌판에 울려 퍼진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고, 찬란한 자연의 공원이었다.

 

순천만 새떼와 유람선

<순천만 새떼와 유람선>


순천만 습지는 5.4km2의 갈대밭과 22.6km2의 갯벌이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철새와 갯벌 생물들이 살기 좋은 자연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기에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중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기도 하였다.

연안 습지는 만조 때와 간조 때 바닷물이 들어가고 나오는 경계 사이의 지역을 말한다.

강에서 실려 온 흙이 강 하류 지역에 넓게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삼각주 지역이나 해안 갯벌이 대표적인 연안습지인데,

다양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순천만에는 매해 겨울이면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다.

철새 외에도 각종 게류, 조개류, 갯지렁이류 등이 갯벌을 터전 삼아 생명을 이어간다.

또한 갈대는 순천만의 상징과 같다.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순천만 갈대밭의 총 면적은 약 15만평에 달한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수 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3쯤의 물길 양쪽이

죄다 갈대밭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그 어느 곳보다 크고 광활한 군락지를 간직한 곳이 이곳 순천만이다.


 순천만 갈대밭 산책로

<순천만 갈대밭 산책로>


갈대 사이의 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뒤편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누군가 그리 멀지 않다고 말한다.

그 말을 믿고 (산에서 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믿으면 안 되는데도) 과감히 계단을 오른다.

산을 오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용산전망대까지의 길은 이제 시작이었다.

능선이지만 쉽지 않은 길을 한참을 가야지만 전망대가 나온다.

게다가 중간 길목마다 순천만의 갈대밭과 갯벌의 모습에 눈과 발길을 뺏기니 시간은 더욱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가끔 속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 시간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은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갈대를 지나던 강은 갯벌과 어우러지며 거대한 뱀을 만들어놓았다.

뱀은 몸부림을 치며 검은 보석 사이를 지나면서 놀라운 자연의 예술품을 빚어 놓았다

꼭 명화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잊을 때가 있다.

자연이 만들어준 감동이 그와 같으니, 계속 보더라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차경의 전시관,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국가정원>


우리의 풍경놀이는 풍경을 그대로 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용산전망대에서 갯벌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처럼. 하지만 단지 그대로의 풍경만 즐기지는 않는다.

그 다양한 풍경놀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순천만 습지생태관 근처에 있다.

차로 약 15~20분 정도를 달리면 순천만 국가정원 입구가 나온다.

순천만국가정원(順天灣國家庭園)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의 정원이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폐막한 후 그 회장을 개조하여 조성했다.

규모는 112. 정원에는 약 86만 그루의 나무와 장미,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65만 그루의 꽃이 심어져있다.


 영국정원

<영국정원>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동문과 서문으로 나뉘고, 내부는 스카이큐브(모노레일) 열차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꽃과 나무가 만발하는 봄이나 가을은 아닌데도 정원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잎은 없지만 나무의 여전히 인상적이었고, 호수와 돌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푸른 하늘과 잘 어울렸다.

사람들은 호수 주변의 동산을 걷고,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정원을 즐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아이들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터널과 다리 그리고 스카이큐브 타고 보는 다양한 정원과 풍경

그리고 그 끝에 만날 수 있는 문학관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그곳에 가득하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아무래도 각 나라의 정원들이 아닌가 싶다.


일본정원 

<일본정원>


세계정원은 프랑스, 중국, 네덜란드, 미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일본, 태국, 멕시코

세계 11개국의 정원이 조성된 곳이다.

일본의 담백한 선의 정원, 영국의 잘 짜인 화단과 건축,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나무들로 구성된 정원과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원 등이 동문 아래쪽으로 이어진다.

네덜란드 정원은 큐겐 호프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를 모티브로 한 정원으로 풍차가 있다.

미국 정원은 18세기 대저택과 농장을 배경으로 넓은 자연이 펼쳐진 버지니아 주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차경(借景)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빌려온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각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미적 기준에 따라 차경의 정원을 구성했고,

그건 그곳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정원을 보는 것은 자연을 어떻게 보는가와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재미있는 비교문화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 있는 역사 전시관, 낙안읍성

 

 낙안읍성

<낙안읍성>


다시 길을 되짚어 광주 쪽으로 올라간다.

한참을 달리며 고개를 넘다보면 산과 산 사이의 아늑한 동네가 나오고,

그 동네를 둘러싼 하얗고 높은 성을 만나게 된다. 바로 낙안읍성이다.

순천 낙안읍성順天 樂安邑城은 낙안고을의 진산인 금전산을 배경으로 완전히 평야에 쌓은 평지 읍성이다.

1397(태조 6)에 낙안 출신의 절제사 김빈길이 흙으로 쌓았다.

이후 1424(세종 6)에 토성을 석축성으로 고치면서 지금의 규모와 같이 크고 넓게 쌓아졌다.

정유재란 당시에는 순천 왜성에 주둔하고 있던 왜적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폐허가 된 읍성은 1628(인조 6) 무렵에 낙안군수로 있던 임경업에 의해 복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들판 한가운데에 쌓은 평지성으로서,

전체적인 형태는 남벽의 길이가 북벽에 비해 긴 사다리꼴의 평면형태를 이룬다.


낙안읍성

<낙안읍성>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조선시대의 읍성들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읍성 중의 하나로 평가 받는 곳이다.

조선시대 도성인 한양의 입지조건과 가장 닮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낙안읍성은 철저한 사전기획에 의해 축조한 읍성이다.

토성을 석성으로 고쳐 쌓는데 불과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대부분의 읍성과 마찬가지로 동 · · 남에 3개의 성문을 두었다.

조선시대 일반적인 성문을 형태를 따르고 있으나,

성문의 바깥쪽에는 다른 읍성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형 옹성을 둘러쳐 차별화한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좋은 전망대로 활용되고 있다.


낙안읍성 관아 

<낙안읍성 관아>


정문으로 들어선 후 천천히 거리를 걸어본다.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음식점과 민박집이 가득하고 옛 관아의 건물 역시 예전의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코로나로 정신없는 와중에 낙안읍성은 한쪽은 드라마 촬영으로 분주하고, 골목 안은 겨울준비로 분주하다.

초가를 새로 올리고 있고, 마을 부녀자들은 커다란 솥을 올려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골목 사이로 생기가 흐르고, 관광객은 주막과 체험장 사이를 아이와 함께 오가고 있다.


낙안읍성

<낙안읍성>


그들을 따라가다 주막 앞 골목에서 작은 샘터를 만난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깊은 우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마을 중 여러 곳이 풍수지리에서 행주형으로 성내에 깊은 우물 파는 것을 금했는데, 낙안읍성도 그런 예다.

우물이 없다면 낙안읍성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 중앙에 1미터 정도의 낮은 천연 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남내리 골목 안에 있는 우물이다.

큰샘 또는 미인샘이라고 하며 원님이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낙안읍성 산책

<낙안읍성 산책>


전통마을은 민속촌이 아니면 대부분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산성뿐만 아니라 해미읍성과 같은 성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도심에 있는 수원 화성은 그나마 함께 살아가는 성이지만,

그 역시 그 안에 거주한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사람이 그 안에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성과는 몇 가지 작지만 큰 차이를 가진다.

하나는 그곳에 사는 이들이 이곳의 가치를 알고,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물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옛 것 그대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곳이 보존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사는 이들의 노력 때문이라 하겠다.

또 하나는 변화와 생기라고 하겠다. 사람이 사는 이상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낡은 초가는 다시 올리고, 집과 벽은 수선하면서 조금씩 모양이 변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건 마을의 생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단지 박물관에 박제되어 전시된 흔적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이 되는 것이다.

 

풍경을 전해주는 것은 대부분 자연이다.

그리고 인간은 가장 적절하게 그 풍경을 빌려오고, 또 가꾸면서 그곳만의 독특한 일상을 만들어간다.

그 독특함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이 빚은 예술과 보물을 즐길 수 있는 지혜가 된다.

순천으로의 여행은 자연에서 삶까지 그 풍경의 여정과 방법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글 이철호 작가



전)월간 러너스코리아 기자

전)격월간 연콘텐츠 기자

전)수원청소년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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