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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칼럼

선하디선한 눈을 가진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스크랩

 선하디선한 눈을 가진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선하디 선한 눈매를 가진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200만 년 전에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출현하여 지금까지 살아 있는 동물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소과 동물의 옛 형질을 그대로 갖고 있다하여 ‘살아있는 화석’이라고까지 한다. 우리는 흔히 산양하면 털이 까만 재래산양(goat)인 염소를 생각하거나 털이 복슬복슬한 면양(sheep)을 떠올리지만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말 그대로 산에 사는 양이다. 물론 산에 사는 산양에도 우리 염소와 같은 Capra 속(genus)의 산양이 있어 혼돈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의 Naemorhedus 속과는 전혀 다른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통계에 의하면 현재 지구상에는 4개 종 대략 2만여 마리의 산양이 있지만 이들 모두는 멸종위기에 처한 취약종(vulnerable species)이거나 멸종위기 근접종(near threatened species)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나라는 이들을 보호하고 보존하며 증식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양(문화재대관에서 전재)


산양(문화재대관에서 전재)


산양(가을)


산양(가을)


산양(여름)


산양(여름)




밀렵 등으로 산양 보호운동 절실한 상황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인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 산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으나 무분별한 포획과 밀렵, 송전선 설치, 광산 개발, 임도 및 등산로 개설, 관광개발 등의 요인으로 서식지 단절과 파괴 등이 일어나 현재는 멸종 위기의 동물종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1999년 당시 전국에 산양이 불과 200여 마리밖에 없었다. 이렇게 급격히 줄어든 산양이 2013년 현재는 설악산의 232마리를 비롯하여 전국에 864~920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줄어들기만 하던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이 1960년대 이전만은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다소 회복 것은 1994년 사립 동물원에서 자체 증식한 산양 2마리를 월악산에 방사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06년 문화재청이 양구에 ‘산양증식복원센터’를 만들어 홍보와 계몽을 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의해 ‘개체 도입을 통한 증식 및 복원 사업’도 추진하고, 산양을 사랑하는 모임인 산사모나 녹색연합 같은 NGO들이 활발하게 보호활동을 전개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백두대간의 산양 생태축을 제대로 이으려면 권역별 최소존속개체군이 50 ~100마리는 되어야하는데 일부 개체군에서는 10여 마리 내외에 불과한 소수의 산양이 불안전한 개체군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산양의 효율적 대량 증식과 방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근간에 종복원기술원이나 산양증식복원센터 및 NGO가 앞장서 타 지역 개체군의 재도입이나 재이입을 추진하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의 구조는 물론 증식과 방사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양의 전국 분포도(범례: 회색원 200마리 이상, 적색 큰 원 100마리 이상, 적색 작은 원 10개체 이상, 흑색 점 10개체 이하)


산양의 전국 분포도(범례: 회색원 200마리 이상, 적색 큰 원 100마리 이상, 적색 작은 원 10개체 이상, 흑색 점 10개체 이하)




물론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과 같은 산양은 남한 이외에 북한,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연해주 등에도 분포하고 있어 비록 행동반경에 제한이 있었겠지만 한국전쟁 전 까지만 하여도 이들은 서로 왕래를 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휴전선에 가로막혀 휴전선의 철책을 사이에 두고 서로쳐다만 볼 뿐 서식지가 단절되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고,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애처롭게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 이들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다면 생물종다양성 확보로 산양 개체수가 적어 걱정되는 근친교배는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 철책을 경계로 바라보고 있는 산양(적색 원)


비무장지대 철책을 경계로 바라보고 있는 산양(적색 원)




북한은 함남의 단천시, 량강도 유곡노동지구 및 평북 향산군 3곳에 있는 산양을 각각 천연기념물 제293호 단천 산양, 제356호 대흥단 산양 및 제534호 묘향산 산양 등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우에도 산양은 1,000미터 이상의 고지에 암벽이 많고 먹이 자원이 풍부한 곳에 산양이 주로 분포하고 있으나 각 지역에 분포하는 산양의 개체수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산양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묘향산 보호구역 37,500헥타르 및 백두산 보호구역 132,000헥타르를 설정한 바 있다.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탈진한 산양 주검 늘어나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학명이 Naemorhaedus caudatus인데 속명 Naemorhaedus의 기원은 두 개의 단어가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앞 부분은 ‘수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naemor, 뒷부분은 ‘작은 염소’를 의미하는 haedus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전체 몸매는 ‘숲속의 작은 염소’라는 학명과 달리 다 큰 염소보다 조금 커 몸길이가 130센티 내외, 꼬리길이 15센티 내외, 체중 30킬로그램 내외로 암․수 모두 잘 발달한 뿔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몸 전체가 옅은 흑회색 내지로 회갈색이며, 콧등에서 뒷머리를 거쳐 등허리 및 꼬리 일부까지 짙은 흑회색  털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목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턱밑에는 목도리를 두른 것처럼 흰털이 있지만 염소에서 볼 수 있는 수염은 없다.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일본산양(Japanese Serow) 이나 대만산양(Formosan Serow)과 사촌 간이라고 하지만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이들과 달리 안와아래샘(infraorbital gland, 흔히 안선 또는 안면선이라고하나 이는 잘못된 명칭임)이 없고, 발굽사이에 발굽사이샘(interdigital gland 일명 interdigital sinus)이 있다. 


 송아지 눈망울처럼 착한 눈매를 한 산양은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는 아주 겁쟁이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피해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발 600~900미터의 경사가 40도 내외로 급한 험준한 바위 산림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그리고 행동반경은 대체로 사방 10리 쯤 되는 너른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산양은 이런 지대에서 생활하기 좋게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짧고, 발굽바닥은 암벽을 타기 좋게 충격 흡수가 잘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처럼 산양이 기암절벽에 살다보니 산양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벽강산에 아주 벅찬 산행을 하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양구의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서는 언제든지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을 만날 수 있다.


산양은 머리에서 등을 거쳐 꼬리까지 짙은 흑회색 털이 이어져 있다.


산양은 머리에서 등을 거쳐 꼬리까지 짙은 흑회색 털이 이어져 있다.


비탈진 암벽을 오르는 산양


비탈진 암벽을 오르는 산양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 내 산양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 내 산양


산양은 대체로 햇볕이 잘 드는 바위 사이 또는 동굴에서 새끼 1~3마리와 모여 생활하되 주로 새벽과 저녁에 활동한다. 수컷은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단독 생활을 한다. 먹이는 주로 참나무, 원추리, 헛개나무, 취나물, 도토리, 싸리, 신갈나무, 피나무, 진달래, 철쭉, 억새 등을 잘 먹는다. 그러나 겨울에 눈이 10~15센티만 싸여도 이를 헤치고 먹이를 찾지 못해 먹을 것을 찾아 겁도 없이 민가 근처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번식은 1~2년에 1번 이루어지는데 짝짓기 시기는 대체로 10~11월이며 임신기간이 210~220일 정도 되어 흔히 추운 겨울의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기고 이듬해 5~7월에 보통 1마리, 많게는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새끼 산양이 어미젖을 먹는 기간은 대략 30일 정도이지만 생후 20일정도 지나면 어린 새끼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서는데 다행히도 이 시기는 각종 먹이식물에 새잎이 돋아나는 시기다. 새끼 산양의 성성숙은 대체로 생후 3년 정도에 이루어지며, 수명은 약 10~15년이다. 이들은 한번 정해진 서식지를 함부로 바꾸지 않고 일생을 한 곳에서 지내는 경향이 크다.




미래의 생물자원은 산양 같은 자연유산이 중요해


석유나 금은 같은 지하자원은 일정기간 채유하거나 채굴하면 자생력이 없어 바닥이 들어나 고갈되고 만다. 그러나 생물자원인 동물 자연유산은 무한하여 관리만 잘 한다면 자손이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이 또 자손을 낳아 후세에 영원히 물려줄 수가 있는 화수분이 된다. 이렇게 귀중한 동물 자연유산을 우리는 무심하게 버려두고 있다. 지금 세계는 알게 모르게 자원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자원은 주로 유한한 지하자원이다. 하지만 산양 같은 무한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무한자원인 생물자원도 지하자원과 똑 같은 운명을 겪을 개연성은 크다. 사실 그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하루 1~2개종의 생물자원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고, 현재에도 세계 각국은 신약 개발이나 식량자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선전포고 없는 무언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이 겨울이 되면 먹이 부족으로 굶어죽거나 눈밭에서 얼어 죽는 개체가 종종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먹이를 찾아다니다 탈진하여 눈밭에 갇혀 있다 발견되어 재수 좋게 구조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겨울철 먹이주기 행사도 하고, 먹이 공급대도 만들고 있지만 이것이 결코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복원이라는 말을 자주하지만 복원보다 먼저 할 일이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폭설에 묻혀 탈진한 산양(인터넷 전재)


폭설에 묻혀 탈진한 산양(인터넷 전재)


탈진하여 희생된 산양의 주검


탈진하여 희생된 산양의 주검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이다. 그 첫째는 생명존중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둘째는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다. 셋째는 인위적인 지역 집단의 상호교류에 의한 유전적 다양성 확보다. 넷째는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산양의 생태학적 모니터링이다. 다섯째는 체험프로그램의 현장교육 실시다. 여섯째는 현지 지역주민과 연계한 산양보호활동이다. 일곱째는 산양이 살 수 없는 환경은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사람과 산양이 공존하는 체제의 확립이다.


양구군 곳곳에 게시된 산양 보호 안내문


양구군 곳곳에 게시된 산양 보호 안내문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 내 산양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 내 산양


자연보호시리즈 산양 우표


자연보호시리즈 산양 우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산양의 주요 위해요인으로 산림벌채나 난개발 같은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밀렵, 폭설이나 눈사태 같은 자연재해를 들고 있다. 일본은 천연기념물 일본산양이 이런 위해요인으로 1950년대에 불과 수백 마리로 급감하자 이를 특별천연기념물(Special Natural Monument)로 지정하고 보다 강력한 보호정책을 시행하여 지금은 12만 내지 15만 마리로 일본산양이 늘어났다. 우리가 이런 야생동물 복원 사업의 성공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이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낼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을 사랑한다면 국민의식수준 향상에 힘쓰고 각종 위해 요소 박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은 충분히 보호되고 보존되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전하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문화재청 연구보고서에서 전재


이흥식 프로필

작성자
이흥식
작성일
2014-11-19
조회
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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