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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칼럼

[시평] His Story is HiStory _ 그의 이야기가 역사가 된다. 2018-02-23 스크랩

명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전통을 이어 가기 위해 한 분야에 평생을 바쳐온 인간문화재라고 불리는 장인들.

그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명품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명품은 깨끗한 정성으로 쉼 없이 공부하는 장인의 손에서 나오는 물건이다.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자연과 그 재료를 가공하기까지의 인고의 시간, 그리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 사람

즉, 장인의 손끝에서 비롯된다.
좋은 재료를 만나는 건 좋은 배필 만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좋은 전통가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나무가 좋아야 합니다.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살리려면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활용하는 게 제일 좋지요.”

좋은 나무를 찾아 팔도를 누비며 각 지역의 나무 특색을 꼼꼼히 챙기는 소목장 박명배 선생의 말이다.

그만큼 좋은 재료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본조건이 된다.

장인의 땀과 피와 눈물이 배인 작업을 거친다.

실을 찢어 모시섬유를 만드는 한산모시의 ‘모시째기’는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한산모시의 숨은 비법은 바로 이 모시째기에 있는 것이다.

모시풀 껍질을 벗겨서 말린 다음 그것을 앞니로 쪼개는 과정은 입술이 다 부르트고
피가 날 정도로 매우 고단한 작업이다.

또한 여러 과정을 거쳐 베틀에서 모시를 짤 때도 건조한 날에는 모시가 다 바스러져서 기후가 안 좋다
싶으면 한여름에도 문을 다 닫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여인네들의 땀과 피와 침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야
하나의 명품으로 완성되는 것이 한산모시이다.
“이 사람아! 나는 종을 위해 한쪽 눈을 바쳤어.
혼을 담아야 천년의 소리가 나오는 거지. 잔재주 부리면 끝이야, 끝!”

모 증권회사 CF 주인공으로 친숙한 주철장 원광식 선생의 말이다.

원광식 선생은 젊은 시절, 주물일을 하던 중 쇳물이 눈에 튀어 눈을 심하게 다쳤다.
이로 인해 주물일을 그만두려고도 생각을 했지만 밤에 눕기만 하면
자꾸 귓가에 종소리가 맴돌았다고 한다.
종과의 질긴 인연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전통공예는 예상외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갓을 예로 들면, 한사람이 갓을 다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갓 만드는 일은 머리가 들어가는 모자 부분인 ‘총모자’, 챙(모자 끝에 대서 햇볕을 가리는 부분)에 해당하는 둥글넓적한 부분인 ‘양태(凉太)’, 총모자와 양태를 연결해 갓을 완성하는 ‘입자(笠子)’로 일이 분업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인들은 한 가지 분야에만 몰두할까? 전문 분야가 분업화 되어 있는 만큼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능들이 융합되고 어우러져야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장인은 본디 그 물건을 쓰는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사람에 맞게 작업을 하기에, 한 전문분야에 몰두하여 일을 하지만 다음 공정을, 그리고 미적인 아름다움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등을 두루두루 살피게 된다. 훌륭한 장인이란 단순히 솜씨 좋은 사람, 훌륭한 기능이 몸에 밴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닌 한 분야에 평생을 바쳐 일하면서 자연과 시간과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한 성찰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의미는 흔적을 통해 전달된다. 장인의 땀과 혼, 그리고 숨결이 배어 있는 작품에서 우리는 전통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작품을 통해 무형유산이자 역사로 남게 된다.

대체로 무형문화재 장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①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생계를 위해 전통공예의 길로 들어섰고,
② 대를 이어온 경우가 많았으며,
③ 엄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다. 아버지, 어머니, 혹은 시어머니에게 가르침을 받아 대를 이은 일이라 하더라도 엄하게 교육을 받았다.
④ 또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좋아서 혹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임해왔으며, 훗날 노년이 되어서도 결코 그 힘든 일들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들 말한다.
⑤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도 제일 먼저 좋은 재료를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⑥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집스럽게 전통을 고수하며, 단순한 물건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의 작품에 혼을 담아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만이 아닌 선조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⑦ 마지막으로 노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꾼다. 이제까지 본인들이 평생을 바쳐 해온 전통의 맥이 끊기지 않기를 바라며 후학양성을 위한 전수활동에 힘을 쏟는 것이다.
대를 잇는 장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힘들고 고된 일을 왜 하냐는 질문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식들도 자신의 뜻을 따라줘 든든하다고.

글 : 이치헌 (bio@chf.or.kr)
사진 : 서헌강 (문화재전문사진작가)
작성자
이치헌
작성일
2018-02-23
조회
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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