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링크

문화유산칼럼

[현대 대중문화 속의 12동물 이야기_개] 파트랴슈, 보신문화, 개꿀잼 2018-02-23 스크랩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地支)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하여 이르는 말을 띠라고 부른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이 세나라는 12띠 동물을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곧, 쥐띠·소띠·범띠·토끼띠·용띠·뱀띠·말띠·양띠·잔나비띠(원숭이띠)·닭띠·개띠·돼지띠가 그것이다. 띠란 “각 사람들의 심장에 숨어 있는 동물”이라고도 일컫는데, 이는 토템사회에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던 유풍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본 연재 칼럼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12띠 동물이 문화콘텐츠라는 관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문화속에서 어떠한 상징과 의미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로 엮어 가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제는 개다. 금년이 무술년 황금개띠라고 칭하는 개띠해이기 때문이다.


충직한 나의 친구, 너의 이름은 파트라슈

전통적인 설화에서 개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대개가 의구총(義狗冢)과 관련된 전설이며, 여기서의 개는 인간에게 충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로 제시된다. 이러한 전설 외에 우리에게 그리고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충직한 개로 여겨지는 캐릭터를 꼽자면 바로 파트라슈가 아닌가 생각된다. 파트라슈(Patrasche)는 영국의 여류작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Marie Louise de la Ramée)가 1872년에 발표한 아동문학인 <플란다스의 개(A Dog of Flanders)>에 등장하는 개 이름이다. 벨기에 플랜더스(Flanders) 지방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네로(Nello)와 늙은 개 파트라슈(Patrasche)의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로, 원작 자체가 워낙 훌륭하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욱 각인된 것은 1975년 일본에서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영향이다. 현재 40대 연령층의 아동·청소년기 감수성을 이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일본과 한국에서 이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상당했다. 1975년 니폰[日本] 애니메이션과 후지 TV에서 총 52편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영화 시리즈로 제작하여 그 해 1월부터 12월까지 방영이 되었으며, 감독은 구로다 요시로[黑田昌郞]가 맡았다.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 6번째 작품으로 일본에서 방영 당시 평균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주인공 네로와 파트라슈가 모두 죽게 된다는 슬픈 결말 때문에 방영기간 동안 당시 일본 어린이들로부터 주인공을 살려달라는 요청이 밀려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는 작품이다. 1997년에는 과거의 스텝진이 작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제작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1870년 경 벨기에의 프란더스 지방에 살고 있는 네로는 우유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할아버지를 도와가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네로의 꿈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루벤스의 그림인 《성모승천》을 보는 것이다. 어느 날 네로는 심하게 혹사당한 뒤 버려진 개 파트라슈를 데려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시작한다. 아로아는 네로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친구이지만 아로아의 아버지는 둘의 교제를 금지시킨다. 슬픔에 싸여 지내던 네로는 그림을 그려 미술전에 출품한다. 발표는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최후의 소망이었던 미술전에서 낙선되어 실의에 빠진 네로와 파트라슈는 앙트워 대성당 안에서 달빛에 비춰진 루벤스의 그림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하늘나라로 간다.

국내에는 1980년 초 KBS를 시작으로 3개 방송사에서 방영되어 일본에 뒤지지 않은 큰 인기를 얻었다.
“먼동이 떠오는 아침에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그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여지껏 우리의 귀에 맴도는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따라 부르며 우리는 루벤스라는 대가의 이름을 접했고, <성모대승천>이라는 루벤스의 그림을 알게 됐다. 이 애니메이션이 전한 감수성은 이후 이승환이 부른 가요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그리고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내용은 네로와 파트라슈가 주는 사랑이다.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구해준 네로를 루벤스 그림 앞에서 죽기까지 지켜주었던 파트라슈의 교감 등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기억들이며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년시절 키웠던 개에 대한 자신들의 기억과 어울리면서 마음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아마도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충직함을 상징하는 개의 이미지가 유사한데서 오는 동질감 또는 그로인한 보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여 진다.
인간과 가장 친근하기로 말하자면 누구도 따로 올 수 없는 동물이 바로 개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어떠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그 관계가 시작되었겠지만 현대에 와서 개는 이제 실용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대표적인 인간의 반려동물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음식문화와 보신문화

이처럼 인간의 친구로서의 개념이 더욱 부각된 반면, 여전히 국내에서는 보신문화의 하나로서 개고기 또는 보신탕이 존재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복날은 다가오고 허한 몸을 보신하기 위해 찾는 별미 중의 하나로 보신탕이 손꼽힌다. 동물애호가가 많은 외국인들이 보는 시선에선 분명 이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음식은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단순한 영양보충만을 위해서가 아닌 당당히 먹거리 문화로 발전되었다. 그에 따라 음식도 한 나라의 문화의 일부분이고 개고기 역시 한국의 고유한 음식문화의 일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의 대중문화 속에서 새롭게 자연 발화되었거나 의미가 창출되거나 변화된 것이라기보다는 고유한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듯하다.
반려동물과 부의 상징

한편, 이렇듯 반려동물로서의 의미가 커진 만큼 사회적인 이미지 역시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되어 가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대표적인 예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중 <정여사>라는 코너에 등장한 브라우니라는 캐릭터이다. (개그콘서트 <정여사>코너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방영되었다. )
브라우니는 부잣집 무개념 아줌마로 출연하는 정여사가 끌고 다니는 개 인형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본 딴 앉은키가 50cm 남짓한 인형으로 처음에는 그야말로 소품이었지만, 유행어와 더불어 팬카페까지 생기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캐릭터이다. 이에 따라 이 인형은 연일 품절이 될 만큼 주문이 쇄도하였고, 브라우니 상표권을 활용한 온라인 모바일 게임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애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애견의 발톱에 색깔을 입히는 네일아트에서부터 헤어를 손질하고 메이크업을 시키는 등 사람과 똑깥이 꾸미고 치장을 한다. 주기적으로 치과 진료도 받고 옷도 입히는 등 사람과 마찬가지로 관리를 받는다. 애견을 향한 지나친 관심이 때론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이상의 친근한 친구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개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고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애견 시장규모는 40조원에 육박하고 우리나라는 1~2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완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사료시장만 3,400억원대. 전체 서비스 및 용품 시장을 더하면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도 2004년 300만 세대에서 2008년 400만 세대를 거쳐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는 28.8%(563만 가구)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애완용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사업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쇼핑몰 호스팅 전문업체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는 448개에 불과했던 애완용품 관련 신규 쇼핑몰 수는 2010년엔 3배 가량 늘어난 1,465개를 기록했다고 한다. 애견 전용 유치원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인이 여행이나 출장으로 며칠씩 집을 비울 경우 동물 병원이나 애견호텔(?)에 맡겨야 하는데 하루종일 좁은 공간에 갇힌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애견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듯이 애완견을 집에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전용 유치원에 보내서 놀게 하고, 애완견의 식사와 관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시작된 사업이지만 애견 호텔과 애견 카페와 같이 수익성이 좋은 사업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하니 현재 애견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애견 관련 시장은 매년 10~15%씩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애완동물 관련 사업이 수익률이 높은 아이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닛케이MJ의 설문조사(전국 20~60대의 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역시 기르는 애완동물 중 가장 많은 것이 강아지(44.8%)였으며, 또한, 앞으로 기르고 싶은 애완동물의 순위도 강아지(49.8%)였다고 한다. 일본의 애완동물 관련 시장은 약 1조3000억엔 규모로 일본 총 세대 중 약 30%가 애완동물을 기르며 애완동물 1마리당 사용하는 지출액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부자들만 개을 기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삶의 여유가 있는 이들이 개에게 화장을 하고 옷을 입히고 하는 것이 아닐까? 정여사가 데리고 다니는 브라우니에서도 보듯, 현대사회에서 개는 이제 자기 과시의 의미도 부여받고 있다 여겨진다.
개 그림 상표 전쟁

이렇듯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기에 그림 상표에 가장 많이 출원된 것 역시 개그림이라고 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1949년 상표법 제정 이후 2004년까지 출원된 전체 동물그림 상표 분석결과 가장 많이 출원된 동물이 ‘개’로 전체 동물 그림 상표 4만 404건 가운데 8.6%인 3478건을 차지했다고 한다.
출원률이 높은 동물그림 상표를 유형별로 보면 애완동물은 1위 개, 2위 고양이, 3위 토끼, 4위 물고기, 5위 다람쥐 순이었고 곤충은 1위 나비, 2위 벌, 3위 개미, 4위 잠자리, 5위 귀뚜라미·메뚜기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이는 시대변화와 사회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60년대에는 사자, 70년대는 호랑이, 80년대는 곰 그림이 가장 많이 출원되어 산업화 초기까지는 크고 힘이 센 동물이 주류를 이룬 반면 90년대 이후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청소년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개, 고양이 등과 같이 작고 귀여운 동물들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몇 해 전에는 강아지 모양의 액서사리를 두고 프랑스의 귀금속 판매사인 아가타와 글로벌 액서사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간에 상표권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 이미지, 긍정적 이미지로의 전환 ?

모든 동물들의 이미지가 그러하듯 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가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다. 주로 언어사용에서 비어, 속어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고 이 단어가 다른 요소와 결합하여 보다 큰 명사구를 이루기도 한다. 개새끼, 개자식 등의 욕설에서부터 개팔자, 개판, 개차반, 개수작 등의 용어에까지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에 개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쓰임이 10대들의 용어에서는 조금 바뀌는 듯하다. 그냥 공감도 아니고 ‘개공감’이라고 한다던가, ‘개소름, 개감동, 개쩔다. 개웃다, 개꿀잼’ 등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정도를 강조하는 접두사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특히, 영향력 있는 아이돌 스타가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접두사 ‘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거부감 없이 쓰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또한, 일시적인 청소년들의 유행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이는 전통적으로 쓰여 왔던 부정적인 개에 대한 이미지가 반려동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 등을 통해 상쇄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 아닌가 여겨진다.
글 : 이치헌 (bio@chf.or.kr)
작성자
이치헌
작성일
2018-02-23
조회
5990

댓글등록 비밀댓글

(0 / 300)

전체댓글수: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