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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칼럼

[현대 대중문화 속의 12동물 이야기 _ 닭] 시대에 따른 그 상징성의 변화 2018-06-04 스크랩


음식문화로서의 닭


야식문화의 대명사 치킨

현대 대중문화속에서 닭은 음식문화 특히, 야식문화를 대변하는 대명사이다. 특히 치킨은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대표적인 먹거리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먹는 닭 소비량은 6만 마리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10명 중 1명은 닭을 먹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중 국내 치킨 소비량은 평소보다 40% 가량 높아졌다. 한국치킨외식산업협회에 따르면 축구 토고전 하루만 해도 국내 치킨 소비량이 187만 5,000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 25명당 1마리를 먹은 셈이다. 굳이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국내 소비자의 프라이드치킨 사랑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하루 닭 소비량은 150만 마리, 이 가운데 100만 마리는 프라이드치킨이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소화하는 닭고기만 해도 4억 3,000만 마리 이상이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월드컵이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치킨 소비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폭염과 스포츠의 열기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현상과 열대야에 따른 야식 주문이 늘어나면서 여름철 배달시장은 성황을 이룬다. 그 중심엔 치킨이 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몇해 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치맥’의 인기다.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은 하나의 메가히트 상품으로써 고유명사가 된지 오래다. 이렇듯 치킨은 야식문화와 응원문화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웰빙의 상징 닭가슴살

이외에도 음식문화로서의 닭의 위상은 여러모로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이른바 ‘몸짱만들기’열풍으로 인해 고단백 식품으로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닭가슴살이 몸매가꾸기를 하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닭고기 소비열풍은 치킨카페 등의 등장으로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현대인의 음식문화 중 한 부분을 담당하며 외식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백숙과 치킨

오랜 역사를 가진 닭고기 문화 중 대표적인 것이 백숙이다. 특히 닭고기 하면 젊은이들에게는 치킨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닭고기 하면 백숙이 먼저 떠오르는 음식일 것이다. 이렇듯 음식문화로서의 닭고기는 과거와 현재, 시골과 도시의 격차를 대변하는 상징물로도 사용된다. 70년의 나이 차이를 둔 외할머니와 손자의 소통을 다루고 있는 영화 <집으로>의 ‘닭백숙’사건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영화 <집으로> :이정향 감독의 한국영화. 유승호, 김을분 출연, 2002년 튜브픽처스 제작, 제39회 대종상 영화제[2002년, 최우수작품상(튜브픽처스), 각본상(이정향), 기획상(황우현, 황재우)], 제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2002년, 심사위원특별상(이정향)] 수상

도시에 살던 7살 상우와 시골에 사는 77살의 외할머니. 이들의 소통엔 아주 큰 장벽이 있었다. 상우가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것이 잘 드러난다. 상우는 귀가 어두운 외할머니에게 ‘꼬꼬댁’ 흉내를 내어가며 닭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상에 올라온 것은 ‘물에 빠뜨린 닭’이다. 멀리 시장까지 가서 닭을 구해 온 외할머니의 고생에도 상우는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서 속이 상한다. 외할머니에게 닭으로 만든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백숙이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손자가 우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살이 통통한 닭다리를 내밀어도 상우의 울음은 쉬 그칠 줄 모른다. 닭백숙은 손질한 닭에 찹쌀과 마늘을 넣어 푹 끓인 음식이다. 삼계탕과 백숙을 혼동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드는 법은 유사하지만 인삼과 밤, 대추 등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드는 삼계탕에 비해 백숙은 들어가는 재료가 간단하다는 차이가 있다. 상우가 먹고 싶어 한 프라이드 치킨과 비교하면 백숙의 영양가는 단연 으뜸이다. 백숙은 물에 오랜 시간 익혀서 살이 부드럽고 특히 육수가 진하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고 기운이 달릴 때의 보양식으로 통한다. 외할머니는 상우에게 영양이 풍부하고 맛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백숙을 만든다. 상우는 백숙을 거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할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상우를 품는다. 지금껏 받아본 적 없는 사랑에 버릇없고 떼만 쓰던 상우의 태도가 바뀐다. 백숙의 맛은 모르지만 백숙을 만들기까지 고생한 외할머니의 마음은 알게 된 것이다. 치킨은 현대의 인스턴트 음식을 대표하지만, 같은 재료인 백숙은 만드는 이의 정성과 함께 영양가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백숙의 영양가를 모 예능프로의 개그맨들은 노래로 만들어 유행시키기도 하였다.

찌는 태양에 지쳐가는 누들랜드 / 백성 모두의 걱정거리 한 사람 / 마법에 걸린 메밀리아 공주는 / 하루하루 말라가고 / 오직 한가지 마법 풀 수 있는 건 / 저 바다 건너 외딴섬에 흐르는 / 쯔유쯔유강 신비의 간장 / 누가 구해올 수 있을까

오래 걸을 수 없는 누들들은 / 그 누구 하나도 나서질 못하고 / 이웃 나라 용병 찾아 보다가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그 튼튼한 다리를 믿 / 그 거치른 피부를 믿어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거만하게 꼰 다리를 믿어 /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그 누구보다 진국이라 /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나이

떠나기 전 날 / 둘은 처음 만났어 / 둘다 첫눈에 반해 버렸어 / 찹쌀 대추가 튀어나올 정도로 / 백숙은 그녀가 아름다웠어 / 배에 묶인 실 동여매고 / 노를 저어 간다 저 바다를 건너 / 메밀리아를 위한 간장을 찾아 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그 튼튼한 다리를 믿어 / 그 거치른 피부를 믿어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거만하게 꼰 다리를 믿어 /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 영계백숙 오오오오 / 영계백숙 오오오오 / 그 누구보다 진국이라네 / 그 누구보다 뜨거운 뜨거운 뜨거운 / 뜨거운 뜨거운 사나이 yeah
- 영계백숙 가사[작사․작곡 윤종신 / 노래 정형돈(무한도전)]



시대에 따라 변모되어 가는 닭의 상징성

자유를 향한 몸부림_<치킨런>과 <마당을 나온 암탉>
닭은 조류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이자 조류이지만 날 수 없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러한 닭의 특성은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욕망으로 표현되고 있다.
2000년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Aardman studio)와 미국의 드림웍스(Dream Works)에서 제작된 클레이애니메이션 영화인 <치킨런(Chicken Run)>이 대표적인데 여기에서 닭들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1950년대 영국의 트위디 닭 농장. 주인인 트위디 여사는 몇 년간의 달걀 판매 끝에 치킨 파이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개시할 것을 결심한다. 이에 모든 닭들은 곧 닭요리 식탁에 오를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공포에 떨고, 암탉 진저는 자신과 동료들의 탈주계획을 세우고 또 세우지만 현실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록키라고 불리는 미국산 수탉이 농장에 들어와서 닭들에게 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농장 내 닭들 사이에도 본격적인 자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진저와 사랑에 빠진 록키는 다른 닭들을 모두 규합해 대탈주의 계획을 세우고 목숨을 건 실천에 들어가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다. 날아간 닭들은 어느 파라다이스 섬에서 2세를 낳아 기르며 즐겁게 생활한다.

치킨런 이외에도 닭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은 국내소설이 원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들 수 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 잎싹의 도전과 자유, 모성애 등을 그린 작품이다. 2000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11년 상반기까지 100만 부가 판매됐으며, 2011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된 바 있다. 우리나라 아동출판계에서 생존 작가 작품이 100만 부를 넘은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또한, 2011년 명필름이 제작하여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되었으며, 개봉 이후 한달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관객 동원 1위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글쓴이(원작 황선미)가 스스로 소설의 머리글에서 밝혔듯이 생명과 자유, 그리고 죽음이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쓴 글이다. 사람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닭장에 갇혀 알을 낳는 일만 강요당해 온 암탉, 본래 생물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낳는 알을 빼앗기면서 끊임없이 알을 낳다가 죽어야 하는 양계장 암탉이 스스로 이름을 ‘잎싹’이라고 지어 부르면서 마당에 사는 암탉처럼 알을 깨서 병아리, 곧 자신의 생명을 이어내리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그 소망 때문에 먹이도 먹을 수 없게 되고, 폐계로 버려지고,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새로운 삶을 향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마당도 생명과 자유를 올곧게 보존할 수 없는 자리임을 깨닫고 들판으로 나가고, 더 이상 자신의 알을 낳아 생명을 이어내릴 수 없음을 깨닫고 나그네 청둥오리 알을 대신 품어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 생명을 지키며 길러 마침내 자유로운 세계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하던 족제비에게 목숨을 내주면서 죽음의 벽을 넘어서 또 다른 자유를 이뤄낸다는 이야기다.




모성애의 상징 암탉, 위엄을 잃은 수탉

암탉은 오랜 옛날부터 모성애를 상징하였다. 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의 흥행으로 그 의미가 더욱 굳어져 보인다. 명필름이 제작한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은 양계장에서 식용 달걀만 낳아온 암탉 ‘잎싹’이 가출을 감행해 종류가 다른 청둥오리 알을 발견하고 키우는 이야기로 6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2D 한국 영화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여기서 주인공 암탉 잎싹은 꿈과 자유를 향한 모험, 그리고 눈물겨운 지극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문화에서 암탉이 모성애를 상징하는 것은 이외에도 ‘치키덕’이라고 하는 유명 아동용 홍콩브랜드에서도 그 형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탉은 허세와 허울만 남은 가부장적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수탉은 고금과 동서를 불문하고 새벽을 알려주며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용기와 덕을 갖춘 신비롭고 상서로운 동물을 상징하여 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러한 수탉의 상징성은 가부장제가 무너지면서 허물만 남은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과 궤를 같이하며 추락하는 듯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수탉의 이미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마당을 다스리는 수탉은 유난히 화려한 볏을 내세워 한껏 위세를 부린다. 하지만 이 수탉의 위엄은 오래가지 못한다. 권위의 상징인 볏이 사실은 ‘가발’이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닭의 상징

닭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식문화면에서도 보양식에서 야식문화 또는 패스트푸드의 의미로 그 상징성이 변모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반면, 암탉은 과거에 이어 여전히 모성애를 상징하고 있지만 현대에서는 단순히 자식을 돌보는 모성애에 꿈과 자유를 향한 적극적인 모험심이 덧붙여진 현대적인 슈퍼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수탉이 오늘날 위태로워진 가장의 모습으로 그 상징성이 추락하는 과정을 통해 그 상징물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달라져 가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작성자
이치헌
작성일
2018-06-04
조회
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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