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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칼럼

이언적의 건강 지킴이, 경주 독락당 조각자나무 스크랩

이언적의 건강 지킴이, 경주 독락당 조각자나무 


천연기념물 제115, 경주 독락당 조각자나무


1962.12.03 지정,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1600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은 조선 중기의 고급 관리이면서 회재집을 비롯한 수많은 저서를 남긴 학자이기도 하다. ()보다 이()를 중시하는 그의 사상은 퇴계 이황에게 계승되어 조선 성리학의 한 맥을 이루게 된다. 전형적인 조선시대 사대부인 그와 깊은 인연을 맺는 나무가 있다.


대구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다 안강읍에 거의 다다를 즈음 옥산서원입구라는 간판을 만난다. 좌회전하여 2km쯤 더 들어가면 이언적을 모신 옥산서원이다. 조금 떨어져서 이언적이 지은 독락당(獨樂堂)이 있다. 중종 27(1532) 동료 문신 김안로의 재임용을 반대하다 쫓겨나 잠시 낙향할 때, 그는 여기에 은거하면서 건물 뒤뜰에다 조각자나무라는 특별한 나무 몇 그루를 심는다. 그중에서 한 그루가 독락당 뒷담의 가운데, 최근 새로 지은 어서각 앞에서 470년 풍상을 이겨내고 천연기념물 반열에 오를 만큼 커다란 고목나무가 되었다. 나무는 밑동부터 썩어버려 우레탄수지를 뒤집어쓰고, 겨우 생명을 부지한 줄기 셋을 간신히 비끄러매고 있다. 16m, 지상 60cm에서의 둘레가 5m에 이른다.


 


 독락당 뒷담 가운데 자라는 겨울 조각자나무 


독락당 뒷담 가운데 자라는 겨울 조각자나무


 


여름 조각자나무 


여름 조각자나무


   


조각자나무는 우리나라에 자라지 않은 중국원산의 수입나무다. 특별히 이 나무를 심은 것은 거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큼 널리 쓰이는 약나무이기 때문이다. 이언적의 이력을 보면 50대 초반에 몸이 아파 관직을 여러 번 사양한 적이 있고, 벼슬살이 동안에도 병든 노모 봉양을 이유로 자주 사직을 하거나 외직(外職)으로 보내줄 것을 여러 번 임금님에게 간청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고 어머님이고 모두 병약하였던 사람들로 보인다. 낙향 할 때는 41살의 장년이었지만 약으로 널리 쓰이는 조각자나무를 찾아 심을 만큼 건강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아울러 학문에 정진하고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한 덕분에 칩거 5년 만에 김안로가 죽자 다시 벼슬길에 오른다. 이후 20년에 걸쳐 요직을 두루 거친다.


조각자나무를 어디서 구해다 심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의 경력에는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으니 중국 가는 사신에게 부탁하여 직수입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니면 그전부터 민간에 심겨진 것을 옮겨 심을 수도 있다.


조각자나무는 콩과식물이며 잎사귀는 얼핏 보아 아까시나무 잎 생기듯 했다. 나무껍질은 아름드리가 되어도 매끄러워 나무를 보는 느낌이 평안하다. 그러나 줄기 아무데서나 갑자기 솟아오른 가시를 만나면 그 지독한 험상궂음에 크게 놀란다. 한번 내민 것으로 성이 차지 않아 가시 자체가 두 번 세 번 가지치기를 한다. 이 가시를 조각자(皂角刺)라 하여 옛 사람들의 명약이었다. ‘동의보감에 보면 부스럼을 터지게 하고 이미 터진 때에는 약 기운이 스며들게 하여 모든 악창을 낫게 하고 문둥병에도 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조협(皁莢)이라는 열매 역시 '뼈마디를 잘 쓰게 하고 두통을 낫게 하며 가래침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하였다. 세종 때 명의들이 모여 저술한 향약집성방에는 조각자나무와 아주 닮은 우리나라 토종 주엽나무의 가시와 열매를 약제로 한 처방전이 백여 가지에 이른다. 향약(鄕藥)인 주엽나무를 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약나무로서는 조각자나무가 더 널리 이용했다.


  


세월의 풍상을 말해주듯 셋으로 갈라져버린 줄기 


세월의 풍상을 말해주듯 셋으로 갈라져버린 줄기


  


이언적은 독락당에서 조각자나무라는 특별한 약나무를 심어 건강을 돌보면서 유유자적한 만년을 보낼 꿈을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을사사화 뒤이어서 벌어진 양재역벽서사건(1547)’에 연루되어 57의 나이에 북한 자강도 강계로 유배되어 버린다. 찬바람 드센 객지 강계 땅에서 6년을 더 살고, 그리던 독락당도 조각자나무도 영영 만나지 못한 체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고 만다.


  


험상궂게 생긴 조각자(皁角子) 가시 


험상궂게 생긴 조각자(皁角子) 가시


 


옥산서원 


옥산서원


 


 


 


박상진 프로필 

작성자
박상진
작성일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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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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