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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칼럼

낙향한 선비들의 울분을 함께 한 나주 금사정 동백나무 스크랩

 천연기념물  제515호,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천연기념물 제515호,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굽이굽이 휘돌아 나주평야를 관통하여 천천히 흐르는 영산강과 지척의 거리에 있는 송죽리 외구마을이 있다. 마을 가운데의 농로를 지나 뒤쪽으로 들어간 낮은 언덕에 두 채의 자그마한 금사정(錦社亭)이란 기와 건물이 보인다. 왼편에 왕대, 오른편으로는 이대 숲이 금사정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고 동백나무 한 그루가 돌계단의 위쪽 가운데쯤에 외롭게 자라고 있다. 넓은 나주평야 한 구석에 달랑 건물 두 채가 전부인 금사정이지만 동백나무 고목 한 그루와 함께 지나온 역사의 한 편린을 되뇔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연유부터 찾아 들어가 본다


금사정 앞의 동백나무


금사정 앞의 동백나무




금사정의 편액


금사정의 편액




조선 중종14년(1519)에 조광조(趙光祖)를 비롯해 사림파 신진세력은 개혁정치를 구현하려다 반대세력에 밀려 70여명이 기묘사화로 희생당한다. 당시 조광조를 따르던 임붕, 정문손, 김두, 김식, 나일손, 진이손, 진삼손, 정호, 김구, 김안복, 진세공 등 나주출신 태학관(太學館)유생 11명은 이들의 구명을 위해 상소를 올렸으나 중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바로 귀향해 은거에 들어간다. 처음 그들은 영산강에 배를 띄우고 시를 읊조리는 것으로 울분을 삭히면서 세월을 보냈다. 차츰 자그만 쉼터 하나라도 필요하였던 그들은 낙향하고 10여년이 지난 1520년대 말, 또는 1530년대 초 쯤에 소박한 초가집을 하나 짓고 영산강의 옛 이름인 금강을 따서 '금강정'(錦江亭)이란 편액을 걸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금강정 설립을 기념하여 뒤로는 대나무를 심고 앞뜰에는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좋아했던 송죽매가 아니라 왜 동백나무를 심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동백나무의 늘 푸른 잎은 변치 않은 지조를 내고 붉은 꽃이 피었다가 통째로 떨어져 버리는 낙화의 특징이 조광조를 비롯한 자신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한지도 모른다. 아울러서 금강계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하였고 지금도 해남김씨와 나주오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한다. 금사정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현종 6년(1665)에 다시 세워졌고 건물이 낡아 고종 6년(1869)에 크게 중수 하였다. 백여 년이 흐른 1973년에 복원하여 금사정이란 편액을 새로 걸고 오늘에 이른다.




금사정 앞의 동백나무는 반원형의 나무갓을 아늑하게 펼치며 수많은 가지가 이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높이 6.0m, 뿌리목 둘레 240cm, 지하고 1.5m이고 가지 펼침은 동서방향 7.6m, 남북방향 6.4m 정도이다. 땅위 40cm에서 셋으로 크게 갈라지고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굵은 가지에서 가는 가지까지 20여개가 부챗살처럼 위로 뻗어 있다. 동백나무는 금사정을 지을 당시에 심은 것으로 본다면 대체로 500년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는 매우 건강하며 규모로 봐서 실제나이는 훨씬 아래인 것 같다. 대체로 고종 6년(1869)에 중수할 때부터 자라는 것으로 약 150년 정도로 짐작된다. 비슷한 규모의 경남기념물 111호 거제 외간리 동백나무도 200년 남짓하다. 원래 심은 나무가 죽으면 다시 심은 경우가 흔히 있으니 중종 때 심은 동백나무의 아들이나 손자 나무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66호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를 비롯하여 7건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지만, 아직 동백나무 단목(單木)은 지정사례가 없다. 이 동백나무는 현재 알려진 동백나무로서는 가장 굵고 모양새도 아름다우며 역사적인 의미도 있어서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나무 아래 바닥을 뒤덮은 동백꽃


나무 아래 바닥을 뒤덮은 동백꽃


동백나무 잎사귀와 붉은 꽃


동백나무 잎사귀와 붉은 꽃


동백나무 꽃은 겨울에 피기 시작하지만 만개는 봄날이 되어야 한다. 대체로 3월 중순에서 4월초에 만개하나, 이 동백나무는 4월 중순이나 되어야 완전히 핀다.






박상진 프로필

작성자
박상진
작성일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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